서울의 아파트 전경. 기사 본문 내용과 이 사진은 관계가 없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동작구에 있는 3개동 920여가구 단지 아파트에서 최근 6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확산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역 당국이 화장실 환풍구에서 채취한 여러 검체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서정숙 국민의 힘 의원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질병관리청과 서울시 등 방역 당국이 이 아파트 3개동에서 총 51건의 환경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여부를 검사한 결과, 총 11건 양성이 검출됐다. 아파트 1개동 내부에서 양성 9건이 확인됐고, 이중 3건이 각기 다른 집의 화장실 환풍구에서 나왔다. 방대본은 “개인 및 공용시설 이용력과 접촉력, 건물의 구조적 특성 등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8월 28명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의 집단감염 당시와 비슷하다. 허종호 국회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황서은·오범조 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가정의학과), 장제환 건축사는 구로 아파트의 감염 원인을 추적한 내용을 담아 지난해 12월 ‘감염병 국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1988년 지어진 이 아파트에선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환기구와 욕실을 차단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입주자가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 기침이나 호흡 등을 통해서 바이러스를 방출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바이러스가 수직 환기구로 들어가 아래층과 위층으로 확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여름철 외부 기온이 굴뚝 내부 온도보다 높은 상태에서 찬 공기가 아파트 수직 환기구를 따라 내려가 쌓이는 이른바 ‘역 굴뚝 효과’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최초 감염자가 배출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랫집과 윗집, 특히 아랫집으로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동작구 아파트에선 코로나19 확진 판정 뒤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가 1명 있어, 환기구를 통해 추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정숙 의원은 “재택치료를 허용할 땐 추가 감염·전파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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