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22일 오후 아덱스(ADEX) 저항 행동 회원들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5’가 열린 서울 성남시 서울공항 안 록히드 마틴 등 군수업체 전시장 부스 앞에서 대량살상 전쟁 무기 등이 거래되는 아덱스 반대와 전시회 중단을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상복을 입은 채 전쟁무기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군수무기 거래업체와 국가들에게 무기거래 중단을 촉구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민연금공단이 최근까지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 관련 기업의 이른바 ‘죄악주’에 10조9천억원이나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 국외 연기금은 이들 분야 관련 기업 투자를 배제하거나 제한하고 있어, 국민연금공단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공단의 국내 주식 투자 현황에서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1조4320억원, 석탄 분야 기업에 8조4572억원, 담배 분야 기업에 1조19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량살상무기(화학·핵·생화학 무기, 집속탄, 대인지뢰) 분야는 2016년 4986억원보다 투자액이 2.9배나 늘었다.
국민연금공단의 세부 투자 현황을 보면, 공단은 지난 3월 기준으로 무기 생산업체인 한국조선해양에 9206억원, 한화에 1960억원, 풍산에 1050억원, 엘아이지(LIG)넥스원에 109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석탄 발전·채굴 관련 기업인 포스코에는 3조1749억원을 투자하고 있어 23개 기업 중 투자액이 가장 많았고,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에 1조6917억, 한국전력에 980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담배 생산업체인 케이티앤지(KT&G)에는 1조198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국외 연기금의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건강(담배) 분야 투자 배제·제한 기준을 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이 3개 분야에 모두 투자를 배제하거나 제한한다. 스웨덴연금(AP4)은 화학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제외한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 분야에 대한 투자를 배제·제한한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대량살상무기와 담배 분야 투자는 배제·제한하나, 석탄 분야는 지분을 정리하기 보다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실제로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지난해까지 주식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 25% 감소 목표를 수립해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연금공단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3곳의 연기금은 자신들의 누리집에 투자 배제 기업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5월28일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 도입과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탈석탄 선언’ 이후, 단계별 실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석탄만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담배에 대해서도 투자 제한이나 배제를 위한 연구용역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지위 향상, 산업재해 분야까지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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