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한 입소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입소 노인들의 알몸을 타인에게 노출시킨 상태로 목욕을 시키거나 기저귀를 가는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 성적 학대가 4년 새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노인 학대 현황’ 자료를 보면, 시설 내 학대 가운데 성적 학대를 겪은 피해 노인이 2016년 36명에서 2020년 153명으로 4년 새 4.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설 내 학대 가운데 성적 학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1.3 %에서 2020년 18.5%로 늘었다 .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이뤄지는 성적 학대는 주로 기저귀 교체나 목욕 중에 신체를 노출시켜 성적 불쾌감을 주는 형태로 일어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9년 3월 한 노인요양원에서 원장과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7명이 노인 16명을 알몸으로 줄 세워 앉혀놓고 대기시키다 찬물로 목욕을 시켜 성적 학대하는 등을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도 입소자가 기저귀 교체를 거부하자 요양보호사 두 명이 강제로 입소자를 제압하고 가림막이 없는 상태에서 바지를 벗긴 학대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례에선 시설장과 요양보호사가 입소 노인들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목욕을 시키기도 했다.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한 입소자가 요양보호사와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성적 학대가 늘면서 전체 노인 대상 학대 건수도 늘었다. 전체 시설 내 학대는 2016년 254건에서 2020년 613건, 시설을 제외한 가정과 병원 등에서 일어난 일반 학대는 2016년 4026건에서 2020년 5646건으로 4년 새 각각 2.4배, 1.4배 늘었다. 학대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같은 기간 약 700만에서 850만명으로 16.7%가량 늘었고, 노인 관련 시설도 늘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분류되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2016년 전체 5163개소에 16만7899명이 입소해 있었는데, 2020년 5725개소에 20만3075명이 입소해 시설은 10.9%, 입소자는 21%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노인요양시설에서 관계자 외 출입과 면회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 시설 내 학대가 늘어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이미진 건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코로나19 이전엔 외부 인력들이 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것을 못하게 되면서 내부 인력만으로 24시간 돌보다 보니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가 학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령층 증가와 노인인권에 대한 인식 확대가 노인학대 신고로 이어진 것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노인복지법에선 공무원이나 노인복지상담원이 시설 등에 출입해 학대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방해하거나 거부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조항은 없다. 이미진 교수는 “최근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학대 신고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이런 거부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노인학대 방지를 위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확충뿐 아니라 요양보호인력에 대한 인권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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