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안.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올해 노벨상 중 4일(현지시각) 처음으로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의 데이비드 줄리어스(66) 교수와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언(54)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이날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이들 2명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지급된다.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언 교수는 모두 인간의 감각이 어떻게 감지되고 전달되는지, 센서 역할을 하는 수용체를 찾아내 분자 단위의 매커니즘을 최초로 밝혀낸 연구자들이다. 줄리어스 교수는 고추의 성분인 캡사이신이 어떻게 사람에게 매운 느낌을 갖게 하는지 밝혀내는 논문을 1997년께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수년 전부터 강력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후보로 언급돼왔다. 그의 연구는 캡사이신이 들어간 관절염 치료제 등 의학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우리의 피부를 건드리는 기계적인 자극(압력)이 어떻게 전기신호로 바뀌는지를 밝혀내는 연구를 수행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유행 중 발표되는 노벨생리의학상인 만큼 바이러스 연구자가 수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초기술을 개발해 수상 유력후보로 거론돼온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루 와이즈먼 펜실베니아대 교수,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한 ‘한국의 파스퇴르’ 이호왕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도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인간 감각의 비밀을 밝힌 공동수상자들의 연구가 올해 가장 의미가 컸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토마스 펄만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심사과정에 대해선 규정상 밝힐 수 없으나, 공동수상자는 우리의 감각과 관련한 비밀을 분자 단위에서 밝혀낸 뜻깊은 연구를 수행했다”며 “인간 감각의 비밀을 밝힌 것은 인류의 생존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도 수상 이유에서 “열, 추위, 촉각을 감지하는 우리의 능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우리 주변의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뒷받침한다”며 “줄리어스와와 파타푸티언의 발견 이전, 우리는 어떻게 신경계가 우리의 환경을 감지하고 해석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은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에 이어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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