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와 협력해 확보한 백신 150만3천회분 가운데 1차분인 화이자 백신 52만6천500회분이 국내에 도착한 2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는 국내 학계의 의견이 나왔다. 백신 접종 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했다는 국민청원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것이다. 백신 접종 뒤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부정출혈 등에 대해서도 국민청원이 제기돼 정부가 이상반응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은 2일 “대한혈액학회 자문 결과 현재까지 백신이 백혈병을 유발 또는 촉발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접종 뒤 단기간 내에 백혈병이 발생하는 것은 기존의 이론과 일치하지 않고, 코로나19 백신이나 인플루엔자 백신 등 기존 백신과 백혈병의 인과성이 현재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학회에 자문을 구한 것은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백신 접종 뒤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온 데 따른 것이다.
김진석 혈액학회 학술이사(연세대 의대 교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 원인으로는 일부 유전적 소인과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 항암제와 같은 독성물질들이 알려져 있으나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중에서 원인과 발생 기간에 대해 잘 알려진 항암제의 경우 항암제 노출 수년 이후에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병인론을 잘 고려해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접종 이후 수일에서 수개월 이후에 이 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은희 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백혈병 발생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므로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백신 접종 뒤 부정출혈 등 여성들의 월경 장애와 관련해선 인과성이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출혈이 길어질 경우 의료기관 진료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조 반장은 월경 이상에 대해 “스트레스라든가 피로, 그리고 갑상선질환이라든가 자궁근종, 여러 약물반응 등 유발 원인이 다양하다”며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예기치 않은 질 출혈이 생기거나 그 양이 굉장히 많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의료진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월경 장애가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건수는 18건이다. 영국에서는 질 출혈이나 월경 장애 등이 3만2455건(8월18일 기준)이 보고된 바 있다. 추진단은 월경 이상과 관련된 국외 문헌을 철저히 검토하고, 국내 이상반응 사례를 면밀히 감시하는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뒤 나타난 부정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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