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코로나19 부스터샷 접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3차 접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부가 4분기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 방침을 공식 발표하고, 고위험군과 의료진을 우선으로 하는 접종 방향을 밝혔다. 시간 흐름에 따른 예방효과 저하와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한 돌파감염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추가 접종을 시작했거나 접종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데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지난 25일 심의에서 “(백신별로 정해진 횟수의) 기본접종 완료 6개월 이후에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특히 면역저하자 등은 6개월 이전이라도 우선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추가 접종 순서는 상반기부터 진행해온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의 우선 순위대로 진행하면서,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들을 앞당겨 포함하게 될 예정이다. 앞서 요양병원·시설 입소·종사자는 지난 2~3월부터 접종했고, 65살 이하 만성 신장질환·중증호흡기질환자는 6월부터 접종을 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접종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할 경우 항체가가 감소하고 돌파감염이 증가하는 것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접종에 사용하는 백신은 주로 화이자·모더나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60~74살 등은 교차접종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31일 119만회분을 마지막으로 개별 계약분 2천만회분 공급이 끝난다. 4천만회분 공급을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허가를 받은 국가가 없고, 국내에서 6백만회분만 개별 계약한 얀센 백신은 추가 접종 용도로 쓰기엔 물량이 너무 적다. 반면,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올해 도입이 예정된 물량만도 각각 약 4500만회분, 3650만회분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도에 5천만명이 1회 추가 접종을 하는 백신을 엠아르엔에이 백신으로 정하고 5천만회분의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미 3천만회분의 화이자 백신의 구매 계약을 지난 13일 체결했다. 정 단장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백신 조합으로 교차접종, 추가 접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가 검토와 협의를 거쳐 어떤 백신을 쓸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외에선 접종완료율이 높은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추가 접종을 시작했거나 검토 중이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추가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면역저하자를 시작으로 고령층부터 30대까지 매주 접종 대상을 확대했고, 지난 29일엔 12살 이상의 모든 연령이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오는 9월20일부터 접종을 완료한 지 8개월이 지난 사람에게 추가 접종을 할 계획이며, 접종 간격을 5개월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접종 속도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오는 11월까지 모든 희망자를 대상으로 2차례 접종을 마치고, 10~11월 의료종사자를 시작으로 내년 1~2월에 65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추가 접종을 계획해두고 있다. 영국은 ‘백신 접종·면역 공동위원회’(JCVI)의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추가 접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감소하고, 델타 변이 등 더 강력한 전염력과 중증화율을 보이는 변이가 퍼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의 연구에선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하고 5~6개월이 지난 후 면역 효과가 88%에서 74%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차 접종 뒤 4~5개월 뒤에 77%에서 67%로 낮아졌다. 연구팀을 이끄는 팀 스펙터 유전역학 교수는 “최악의 경우, 겨울이 되면 노인과 의료종사자들의 면역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확진자가 여전히 많고 감염 가능성도 큰 상황에서 면역 효과가 서서히 낮아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전 세계적으로 아직 고위험군이나 의료인력조차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며 9월까지는 추가 접종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정 단장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전 세계적으로 접종률을 높이자고 하는 데 동의한다”며 “다른 국가들에 백신을 기부하거나 공급하는 지원 방안들을 외교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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