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223명으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천명을 넘어선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숫자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짧고 굵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수도권의 경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4주 넘게 시행했지만 유행을 꺾지는 못한 셈이다. 확산세에 대한 오판과 백신 도입 차질 등 정부 대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동시에 확진자수 통제 위주의 기존 방역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중심 의료대응 체계를 확충하는 등 유행 장기화에 걸맞은 새로운 방역 체계를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2145명, 국외유입 사례는 78명이다. 지난해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568일 만에 하루 2천명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수도권이 1405명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국내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날 55%에서 66%로 껑충 뛰었다. 수도권이 최근 일평균 900명대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800명대가 되면 거리두기 단계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날로 이 수치가 1027.7명이 돼 목표에서 더 멀어졌다. 인공호흡기 등으로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도 387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현재 확산세 원인을 ‘7월말~8월초’ 휴가철 이동 증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우세변이화, 지역사회 숨은 감염자 누적 등 세 가지로 꼽았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주 전국 이동량은 그 전주와는 유사했지만, 3차 유행이 감소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중환자실 등 의료체계의 여력이 점차 줄어들어서 이 이상 환자가 증가하고 유행이 장기화하면 치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유행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정점에 이를지 예측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예방접종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국가들에서도 델타 변이 영향으로 국내보다 인구 대비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미국에선 12만명, 영국 2만명, 이스라엘 6천명 등으로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우리의 10배가량에 이른다. 국내 확진자 수도 언제든지 현재의 갑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현재 거리두기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확진자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맞물린 이번 유행 추세를 오판한 것은 희생을 감내하며 정부의 방역수칙을 따랐던 소상공인 등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데다, 방역정책 신뢰성을 깎아 먹어 향후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도권 4단계 시행을 두고 “봉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의 조치로, 방역에 대한 긴장을 최고로 높여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지난달 13일 질병관리청은 자체 수리모델링 분석 결과, 현재 상황(감염재생산지수 1.22)이 지속되는 경우 하루 확진자 수가 8월 중순 2331명까지 증가한 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4단계 시행 효과로 유행이 강력하게 통제되는 경우엔 당분간 하루 1200~1300명 수준의 증감을 유지하다가 2주 후부터는 감소하여 8월 말 600명대 규모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정부가 4단계를 시행했는데도 되레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셈이 됐다. 이에 더해 유행 차단의 주요한 축인 백신 접종이 최근 모더나 수급 문제로 또다시 늦춰진 점도 불안 요소다.
이제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달라진 현실에 맞춰 정부가 새로운 방역정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하루 확진자 2천명’이 위중증을 줄여주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델타 변이 이전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유행 초기 시절과 다른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행의 파고가 지나갈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쥐었다 풀었다 하는 대응전략은 더는 작동하기 어렵고, 장기전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필패”라며 “아직 접종률이 부족해 단기적으론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을 병행할 수밖에 없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통제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사회적 취약계층에 백신 접종 완료와 부스터 샷 접종의 우선순위를 두고, 모든 의료시스템이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모두 돌볼 수 있는 이중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정책의 최종 목표가 전체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질병에 취약한 대상과 계층을 보호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병상 상황에 대해서도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현재 확보된 병상은 국내 전체 병상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현재 사용 중인 중증환자 병상은 500병상이나, 전체 국내 중환자실 1만개의 5% 수준”이라며 “병원이 병상을 내놓지 않는다고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세게 하고, 그 피해를 노인·장애인·취약계층·학생이 짊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의 리더십 부재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정부도 새 전략 채비는 시작…당장은 요양병원 면회중단 등 대처만
정부도 현재 각 부처와 다방면의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다음주까지 새로운 방역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예방접종률 상승에 따라 방역과 의료대응 전략을 수정해나가려고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는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장기적인 방역 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의 확산세와 관련해 당장 뾰족한 추가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하는 방역 조처로 확산세 차단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수(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강화할 수 있는 추가 조처가 있는지 발굴해서 검토하고자 한다”며 “어떤 것들을 효과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검토 시기라고 이해해달라”고만 답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최근 요양병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다시 발생하는 데 대응해, 거리두기 3단계 이하 지역의 요양병원·시설에서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접촉면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선제 검사도 이날부터 한 달간 부활시켰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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