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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초기 접종군’ 요양시설, 이번엔 돌파감염 위험

등록 2021-08-09 21:33수정 2021-08-10 02:12

4차 유행 뒤 부산 등 잇따라 증가세
접종 완료에도 돌파감염 비율 높아
고령층 많은 탓 예방효과 낮아지고
델타 변이·3밀 환경 노출 원인 지목
지난 3월23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65살 이상 환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3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65살 이상 환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대다수인 요양병원·시설에서 최근 집단감염이 다시 잇따라 발생하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예방접종 효과가 낮아진 초기 접종군의 돌파감염 위험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와 백신 효과 저하 변수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3밀’(밀집·밀폐·밀접) 시설 안에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바이러스 노출과 마스크 미착용 등 기본 방역 수칙에 대한 경각심 저하가 돌파감염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9일 “백신 접종 시행 뒤 6월에는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7월 이후 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입소자·종사자 가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3차 유행이 거셌던 지난해 12월에는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이 23건, 시설당 확진자 수는 약 60명에 달했다. 지난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5월에는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이 4건, 확진자는 59명으로 줄었다가 6월에는 집단감염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4차 유행이 시작된 7월에는 집단감염이 5건, 확진자는 83명으로 다시 늘었고, 이달 들어서는 7일까지 집단감염이 3건, 확진자는 65명 발생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일집단 격리(코호트)된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대본과 부산시 설명을 종합하면, 이 요양병원 입소자·종사자 가운데 접종 완료자 비율은 91%(229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날 0시까지 모두 44명이 확진됐고, 이 가운데 41명은 늦어도 지난 6월 중순까지 아스트라제네카로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이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돌파감염 비율이 17.9%로, 지난 주 기준 전체 돌파감염 비율 0.018%보다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 관악 요양원 관련 확진자 11명 가운데 6명이, 서울 강서 요양병원 관련 확진자 12명 가운데 7명이 돌파감염 사례였다.

요양병원·시설에서 유독 돌파감염이 많이 발생한 이유를 두고 제시되는 가설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종사자들은 올 2∼3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해 5∼6월 2차 접종을 마친 ‘초기 접종군’이어서 시간이 흐르며 예방효과가 낮아졌을 가능성이다. 또 고령층인 탓에 젊은층보다 애초 백신 접종에 따른 예방효과가 낮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며 돌파감염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 집단 생활 시설에서 바이러스 노출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을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박영준 팀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3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분, 그리고 추정 근원 환자(처음으로 시설 안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진단 검사가 늦어진 부분, 요양병원은 다인실이 많고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 상황인 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전체 평균에 비해서 돌파감염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이례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요양시설에서는 돌파감염 비율이 40% 이상이라는 유럽 쪽의 보고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환경인 점과, 바이러스가 지속·반복적으로 노출됐을 상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 접종으로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환자가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이 이뤄지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면역 형성이 잘 안 된다고는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고령층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효과가 괜찮게 나왔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아무리 우산을 쓰고 있어도 비를 10시간 동안 맞고 있으면 몸이 안 젖을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집단생활 시설에서 발생하는 접종자의 감염 사례를 통상적인 돌파감염 사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부스터샷’(3차 추가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밀폐·밀집된 시설이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특수성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보다 돌파감염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요양병원·시설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고 조기 발견을 위한 선제 검사, 면역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시는 관내 요양병원·시설 종사자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고,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면제했던 주기적 선제 진단검사 재시행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10일 0시부터 부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방문 면회는 전면 금지된다. 정기석 교수는 “그런 조처들에 더해 3단계 지역에서까지는 입소자와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접종 완료자이면 대면 면회가 가능했던 점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접종 완료자여도 요양병원·시설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단감염이 생긴 요양병원·시설에서 백신 접종 덕에 중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방대본과 부산시는 기장군 요양병원에서 확진된 환자들 중 위중증 환자는 이날까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발생한 돌파감염 사례에서 위중증 환자 발생 비율은 1% 정도이고 사망한 사례는 1∼2명 정도”라며 “백신 1차 접종만으로도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을 80∼90% 예방할 수 있으니 예방접종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하얀 서혜미 김광수 이승욱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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