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모더나 백신 130만3천회분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모더나사가 한국 정부와 8월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850만회분 공급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 또다시 차질이 생기면서 정부는 당분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간격을 3~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오후 합동브리핑을 열어 “최근 모더나사 쪽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백신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모더나사는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해 사과하고 한국에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런 공급 지연에 대해 모더나사에 즉각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대표로 하는 한국 공식 대표단을 미국 현지로 파견해 백신의 조속한 공급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번 공급 차질 여파와 관련해 정부는 일단 1차 접종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2차 접종 간격을 늘려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부는 모더나와 화이자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의 2차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6주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 조처는 오는 16일부터 2차 접종 시기가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다만, 고3 학생과 고교 교직원, 기타 대입수험생은 기존 접종 간격을 유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 어린이집·유치원·초중등 교직원 등 교육·보육 종사자는 개학 시기 등을 고려해 접종 간격을 좀 더 짧은 편인 5주로 조정한다. 이번에 변경된 일정은 이번 주 중으로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앞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접종 간격이 화이자 3주, 모더나 백신 4주이나 백신 공급 상황, 의료기관 접종여건, 피접종자의 개인 사정 등에 따라 최대 6주 범위에서 적용할 수 있다”고 지난달 22일 결정했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달 26일 접종자부터 3주 간격이던 2차 접종 간격을 4주로 한 차례 연장했던 터다. 외국의 경우 독일은 화이자 3~6주·모더나 4~6주, 영국 화이자·모더나 8주, 캐나다 화이자·모더나 최대 16주로 접종 간격을 두고 있다.
1차 접종과 관련해선 우선 접종이 진행 중인 50대 연령층은 오는 28일까지 차질 없이 진행된다. 다만, 8월 셋째 주(16~22일)에 시행되는 접종은 수도권 지역 위탁의료기관(동네 병·의원)에선 화이자 백신, 비수도권 지역에선 모더나 백신으로 진행된다. 단, 수도권 지역이라도 모더나 백신만 접종하기로 계약한 위탁의료기관 189곳은 모더나만, 비수도권 지역이라도 화이자 백신만 접종하기로 계약한 위탁의료기관 278곳은 화이자만 접종하기로 했다. 예방접종센터는 지역과 관계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이 진행된다. 8월 셋째 주 접종 예정자가 접종받는 백신 종류는 접종일 전에 문자메시지로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로 원래 10월 말로 예상됐던 전 국민 70% 접종완료 시점도 2주가량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추석 연휴 전에 전 국민 70% 3600만명 1차 접종을 마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애초 전 국민 70%가 2차 접종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10월 중순께이고, 항체 형성 기간 2주를 추가로 고려하면 10월 말에 전 국민 70% 접종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가출하승인 절차와 동시에 백신을 접종기관에 배송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는 승인이 완료된 이후에 국내 배송이 시작되지만, 이번주부터 다음달까지 배송되는 모더나 백신은 승인절차와 동시에 배송한다. 다만 배송이 되더라도 승인이 완료되기까지는 백신 소분상자를 개봉하거나 백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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