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 상차림 식당들이 집단 휴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1~2단계가 대부분인 비수도권에 사적모임을 ‘5인 이상 금지(4인까지)’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해당 지역 시·도들도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흘 연속 확진자 수가 하루 1500명을 넘어서는 데다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번질 위험이 큰 데 따른 것이다. 방역당국은 강력한 거리두기로 유행 추세를 일부 꺾는다 해도 현재 발생 규모가 워낙 커서 위험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2주 뒤 수도권 4단계 적용을 끝낼 수 있을지 출구가 흐릿해지는 상황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비수도권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4명까지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논의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확진자가 계속 늘 경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저녁 6시 이후에는 모임을 추가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말이 중대한 기로”라며 “최대한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며 코로나 확산 저지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중대본은 이날 오후 지자체와 국장급 영상 실무회의를 열었으며, 지자체 내부 협의를 거쳐 오는 18일께 공식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회의에선 부산·대구·제주·강원·충남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앙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북 등 확진자가 거의 없는 지자체는 한때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으나, 결국 정부 방침을 따르는 분위기다. 경북도 관계자는 “저희도 그렇고 일부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다들 전국적인 방역 상황에 맞춰 따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아예 17일 0시부터 28일 자정까지 12일 동안 사적모임을 4인까지로 제한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제주도도 19일부터 3단계 격상을 발표함에 따라 4인까지로 전환된다. 이 밖에 부산시는 유흥시설은 물론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을 일주일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집합금지 대책을 내놨다.
원래 거리두기 개편안에선 1단계는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없고, 2단계는 8명까지 모임을 할 수 있다. 3단계부터는 4인까지만 허용되며, 4단계에선 추가로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 제한이 덧붙는다. 앞서 비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1단계에서도 8명까지, 2단계에서도 6명까지 모임 제한을 추가로 강화하면서, 지역별로 규제가 들쭉날쭉해 휴가철에 혼란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신규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의 비중은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한 주(10~16일) 하루 평균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336.9명이었는데, 수도권이 991명으로 직전 주(3~9일)보다 250.1명 증가했다. 비수도권도 하루 평균 345.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직전 주보다 176.2명이 늘었으며, 전체의 25.9%를 차지했다. 더욱이 휴가철 효과 등으로 수도권은 이동량이 줄었으나, 비수도권 이동량이 외려 늘어나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휴대전화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13일 수도권의 평일 이동량은 지난 6일보다 11% 감소했으나, 비수도권 이동량은 같은 기간 9%가 증가했다.
한편, 방역당국에선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로 유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다 해도 ‘낙관론’은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거리두기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행되면 곧 정점을 지나서 추세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하강한다 하더라도 현재 발생 규모가 너무나 커진 상황이기에 간헐적으로 큰 규모로 집단발생이 있을 수 있으며, 돌파감염도 늘 수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곧 전체 유행을 주도할 것이고, 델타보다 더 강력한 변이가 언제든 등장하고 발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차를 두고 위·중증과 사망자도 늘어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중증이 적다고 알려진 젊은층에서조차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36명 발생해, 사흘 연속 15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국외 유입을 뺀 국내 신규 확진자 1476명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1107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김지훈 김규현 김광수 최상원 허호준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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