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2일 한 업체가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말부터 시중 약국과 온라인몰 등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이른바 ‘가짜 음성’ 역효과로 ‘4차 유행’ 확산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도 이로 인해 ‘조용한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유행상황에 끼친 영향을 계측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와 4차 유행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실질적으로 양성인데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으로 확인돼 일상생활을 해서 나중에 증상이 악화하고 나서야 진단검사(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확진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이런 것으로 인해서 조용한 전파가 좀 더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유행 상황에 대한 영향력은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전에서 요양병원에서 확진자들이 24명이 나온 사례가 있는데, 병원에 왔던 환자의 가족이 자가검사키트를 (양성) 확인해서 (이후 PCR 검사 뒤) 거기서 양성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며,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유전자증폭 검사보다 접근성에서나 심리적 편의성에서나 부담이 덜한 데다 일회용 키트가 5천원 안팎으로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용 신속항원키트를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중 도입에 앞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방역당국 내부에선 하루 수만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는 외국과 상황이 다른 만큼 섣부른 도입이 되레 방역체계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으러 가기 어려운 낙도 주민이나, 같은 사람이 한 시설을 반복 출입하는 요양병원 종사자 등에게 보조적·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12일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방역’을 들고나오며 노래연습장 등 출입을 위한 자가검사키트 활용론에 불을 붙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날 청와대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한계에 충분히 유의하면서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숨은 코로나 감염자를 더 빠르고 손쉽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속한 도입을 요청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속 허가 방침을 보고했고, 4월 말 시중 판매가 본격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키트 시중 판매 뒤 표본조사 등 사후 모니터링을 해서 위양성·위음성 현황을 챙기지 않았던 점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 방역당국은 키트 사용자가 음성이었다가 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실제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 등에 대해 정보를 수집·관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아산병원 선별진료소에서도 자가검사키트로 위음성이 나왔으나 밀접 접촉자 통보를 받은 뒤 유전자증폭 검사를 해서 양성으로 확정이 된 사례가 있었다”며 “‘가짜 음성’으로 숨은 감염자가 4차 유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선별진료소 줄이 너무 길어지자 자가검사키트 판매가 170% 증가했다고 한다”며 “키트를 구매하면 결과와 증상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식으로 지침 개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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