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150만회분. 1차 접종자 30.8%, 접종 완료자 12%.’
1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성적표’다. 지난 2월26일 국내에서 첫 접종이 시작되고 이날로 140일째가 되도록, 도입이 완료된 백신은 2150만회분에 그친다.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한 국민이 전체의 70%에 가깝고, 접종 완료자 규모는 1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유행이 찾아와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최다를 나타내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꺼내들게 되면서, 정부의 선제적 백신 도입 실패 문제가 이 모든 상황을 낳은 근본 원인으로 다시금 꼽히고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 결과를 보면, 새로 확진된 1600명 가운데 60살 이상은 7.5%(120명)에 그친다. 1차 이상 접종자가 대다수(1차 접종률 75살 이상 84.5%, 70~74살 83.0%, 65~69살 81.8%, 60~64살 78.9%)인 고령층에서는 확진자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아직 상당수가 1차 접종도 받지 못한 20∼50대에서 76.38%(1222명)가 대거 확진됐다. 방대본은 지난 13일 “6∼7월 확진자들의 감염경로를 분석해보니, 동일 연령대의 선행확진자를 접촉해 확진된 비율이 20∼30대 19.9%, 40∼50대 23.5%로 특히 높았다”며 “현재 유행은 비슷한 연령 간 교류에 의한 전파가 뚜렷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젊은층을 파고들어 재확산세를 만들면서, 7월부터 방역을 점차 완화하고 일상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디려던 계획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계속됐던 정부의 ‘방역 완화’ 메시지와 180도 다르게 새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수도권에서 시행되자, 허탈함과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4일 밤 11시30분께에는 피시(PC)방·카페·음식점 등 22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차량 750여대(비대위 추산)를 동원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손실보상 지급과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집합금지 조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불법 시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채증자료 분석과 법리 검토에 착수했지만, 비대위는 이날 밤에도 2차 차량 시위를 예고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2일에는 55∼59살 모더나 백신 사전예약이 현재까지 공급 일정이 확정된 물량에 맞춰 185만명 ‘선착순’으로 일시 중단되는 사달이 일어났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던 일이 벌어져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14일 오후 8시부터 사전예약을 재개해 이날 정오까지 70만542명이 추가로 예약을 마쳤다. 이에 따른 55∼59살 예약률은 71.3%다.
이런 혼란이 거듭되는 근본적 배경에는 더디기만 한 ‘백신 공급 속도’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전국민 접종에 충분한 1억9300만회분이란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올 상반기까지 도입된 백신은 1862만회분으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7월에는 총 1천만회분이 도입될 예정이라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는 일단 288만회분만이 도입됐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한달동안 1차 접종자 인구가 전체의 7%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접종 휴지기가 있었고, 최근에도 지난달 19일 29.27%였던 1차 접종률이 이날 0시에도 30.84%로 미미하게 상승하는 등 사실상의 접종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연말 ‘도입 시작 시기를 2분기부터로 앞당겼다’고 밝혔던 모더나의 실제 공급 속도도 문 대통령의 말과 다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모더나와 계약한 물량은 총 4천만회분인데, 지난 6월1일 5만5천회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86만2천회분만 도입됐다. 추진단은 이날에도 “8월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500만회분이 더 도입되고, 9월에는 4200만회분, 4분기에는 9천만회분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만 내놓으며 “다만 백신별 세부적인 공급 일정은 제약사와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공개할 수 없고, 일정이 확정되면 바로 공개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계약된 백신 물량의 도입 시점이 이처럼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4차 유행 대응도 고강도 거리두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현재 상황에서는 50살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하고 1차 접종자가 60∼70% 정도가 되는 8월말이나 9월초를 지나야 방역을 일부 완화하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초기에 백신 도입이 늦어진 점이 4차 유행 대응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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