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국외 입국자들이 국외 예방접종완료 격리면제자 출구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부터 국외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격리면제 제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최근 입국한 격리면제자 가운데 확진자가 10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5명이 시노팜 백신 접종자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격리면제 제도 적용 대상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14일 기준 국내에 입국한 국외 예방접종 완료자 가운데 격리면제자는 1만4305명이고, 이 가운데 10명이 입국 뒤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입국자 가운데 시노팜 백신 접종자 5명, 화이자 백신 접종자 2명, 6살 미만 아동 1명이었고, 우간다 입국자 1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폴란드 입국자 1명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였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국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가운데 직계가족 방문과 장례식 참석 등 인도적 목적, 중요 사업이나 학술·공익적 목적으로 입국할 경우에는 국내 접종 완료자와 마찬가지로 2주 동안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접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또 현재로선 접종 백신이 없는 6살 미만 아동은 국외에서 예방접종을 마친 부모와 함께 입국하면 격리 면제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격리면제자라 하더라도 입국전 72시간 이내로 시행한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입국 뒤 1일차와 6~7일차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확진된 격리면제자 10명 가운데 6살 미만 아동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모두 음성확인서를 제출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각국에서 일상 회복과 방역의 균형을 이루는 측면에서 접종과 격리면제를 연동시키고, 진단검사로 조기에 돌파 감염을 발견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국외 예방접종 완료자 중에서 돌파 감염이 나타나는 양상과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어 이에 기반해 지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격리면제 조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0명이 소수지만 추가 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설 격리라는 기존 대응 체계가 있는데 굳이 격리면제를 한 건 근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과감한 결단이었다”며 “이는 국내에서 (4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실외 마스크 면제 등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적용을 중단한 것과도 균형이 맞지 않다. 국외 접종 완료자라도 격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절반이 시노팜 백신 접종자로 확인돼, 예방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중국산 백신 접종자의 격리를 면제해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제약사인 시노팜과 시노백은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 승인 당시 감염 예방효과가 각각 78%, 51%라고 밝혀, 화이자(95%)·모더나(94.1%) 등 백신에 견줘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백신으로 대부분 접종한 몽골·바레인·칠레 등 국가 등에서 인구 대비 확진자 발생률이 급증하기도 했다.
국외 예방접종 완료자로 인정받으려면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승인을 받은 화이자, 얀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코비쉴드(인도혈청연구소 제작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같은 국가에서 권장 횟수만큼 모두 접종하고 2주가 지나야 한다. 다만 전파력이 더 센 변이 바이러스 유입이 우려되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21개국에서 입국하는 경우 예방접종 완료자라도 격리면제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엄중식 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일부 백신의 데이터가 불충분한데 긴급 사용승인을 한 것은 당장의 유행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승인 당시엔 델타 변이에 대한 효과를 입증할 자료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애초 시노팜 백신은 예방효과가 낮았는데, 델타 변이 등으로 더 낮아진 상황”이라며 “국외에서 시노팜 백신을 접종한 격리면제자 중에 확진자 발생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방역당국이 예방효과를 평가해 격리면제 대상 백신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영래 반장은 “백신에 대한 과학적 판단의 권위가 세계보건기구에 있다고 판단하고, 여기서 승인한 백신에 대해선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본다”며 “다만, 백신 효능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질병청에서 평가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엔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극히 드물어 델타 변이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국외에서 진행하는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런 모니터링 이후에 특정 백신의 격리면제가 적절하냐에 대해선 평가와 방침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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