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동대문구 백신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 55∼59살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14일 오후 8시를 기해 재개되기 전에 이미 우회로를 통한 접속과 예약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미리 예약해서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며 이런 우회로를 통한 예약도 정상 예약으로 인정하기로 해 빈축을 샀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추진단이 정한 시간인 전날 오후 8시 이전에 접속해 예약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 팀장은 “예약을 진행할 때 누리집의 화면이 여러 개로 구성돼 있다”며 “기존에 접속했던 누리집 화면들을 몇 개 찾을 수 있는데, 그 주소 정보를 갖고 있다면 직접 접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예약 개시 시간 이전부터 미리 예약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전날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질병관리청이 정한 예약 시작 시간인 오후 8시 이전부터 ‘백신 예약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함께 올라온 링크를 클릭하면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 누리집의 예약정보 입력 단계로 곧바로 연결됐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공지대로 오후 8시까지 기다려 정식 예약을 시도했던 이들은 정작 1시간가량 접속이 지연되는 등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누리집 밤 8시58분 갈무리
하지만 정부는 우회로를 통한 예약도 정상적인 접종 예약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특히 방역당국은 사안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제 시간에 맞춰 예약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놔 빈축을 샀다. 정우진 팀장은 “예약을 우선 진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현재도 정상적으로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특정 (백신의) 물량이 한정돼 있지 않고, 예약 가능한 시기가 굉장히 넓게 잡혀 있기 때문에 (정상 예약자들이) 선택할 권한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선착순으로 여러 백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지정된 날짜 범위도 넓기 때문에 미리 예약한 사람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한편,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4시께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잔여백신 조회·예약 서비스에 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카카오톡에서는 지도에 잔여백신 수량이 모두 ‘마감’으로 뜨고, 누르면 접속 중이라는 표시만 뜨는 등의 문제가 여러 시간 이어진 것이다. 추진단은 “네이버와 카카오 시스템 일시 오류는 질병관리청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는 조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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