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 ‘쉼’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주 정신건강임상심리사.
“하루 평균 20여 명이 상담을 받아요. 대기자만 100여 명입니다. 상담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어요. 센터가 학원가 한복판에 있어 눈에 잘 띄는 데다 공공기관(구청)에서 운영하니까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아이들의 일상이 무너진 영향도 있겠죠.”
서울 강남구청이 지난 4월26일 문을 연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 ‘쉼’(센터장 양오승 강남구보건소장)에서 센터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주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설명이다. 센터는 대치동 학원 밀집가인 한티역과 은마아파트 사이 건물 2개 층에 자리하고 있다. 한 층은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는 청소년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휴식 공간이고 다른 층은 심리상담 공간이다.
강남구는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센터를 열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공약 사업이기도 하다. 상근 상담사는 4명이며 상담 대상은 강남구 소재 초·중·고 재학생과 구 거주 청소년(9~24살)이다. 상담비는 무료다.
지난 13일 전화로 만난 김씨에게 어떤 아이들이 상담실을 찾는지 물었다. “우울과 불안, 강박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한 아이들도 있고, 자해 경험자도 꽤 됩니다.” 말을 이었다. “학교나 학원에서 해야 하는 과제는 너무 버겁고, 부모의 높은 기대에 맞출 수 없어 좌절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어디서도 위로를 받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여학생이 많아요. 한 조사를 보면 여고생의 4분의 1이 우울증을 겪는다는군요.”
서울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 있는 강남구 청소년심리지원센터 2층은 놀이공간으로 열려 있다.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 ‘쉼’ 제공
상담은 먼저 아이의 심리 상태와 학부모 양육 태도를 살피고 필요하면 학부모 심리 테스트도 한단다. 이렇게 아이의 정서와 행동조절, 대인관계, 부모와 소통 영역에서의 문제점을 살피고 상담 목표를 정한 뒤 대개 10회 정도 상담 치료를 이어간다.
그는 아이들 정신건강에는 부모 영향이 크다면서 “부모들부터 넘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하다 보면 힘들다고 우는 어머니들도 있어요. 부모들 역시 자신의 좌절을 견디기 힘든 거죠. 좌절에 많이 예민해요. 그래서 자신도 어쩔 줄 모르면서 아이들을 닦달하는 거죠.”
그는 삶에 지친 부모들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면서 “조그만 길이라도 보여드리면 힘을 얻고 달라질 부모들이 많다”고도 했다. “평소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던 어머니들이 ‘죽는 게 낫겠다’ 같은 아이의 극단적 표현에 두려워 움츠러들거나 반대로 너무 강하게 대응해요. 상담을 통해 그럴 때 아이에게 뭐가 필요한지,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조언하죠. 상담을 받고 자신의 양육 스타일을 반성하고 용기 내어 바꾸는 부모를 볼 때 보람이 크죠. 제 일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그는 한 언론사의 경영관리직으로 8년 일하다 뒤늦게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만 33살에 연세대 심리학과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를 따고 3년 동안 병원 수련을 거쳤다. “언론사 인사팀에서 오래 근무했어요. 그때 직원 리더십이나 소통 교육을 담당하면서 심리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 ‘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