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올린 첫날인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케이(K)방역의 상징으로 꼽혔던 ‘3T 전략’(Test·Trace·Treat)과 함께 ‘백신 접종’을 통한 상황 반전을 강조했지만, 이날 50대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첫날부터 일시 중단되면서 4차 유행 대응에 차질이 없을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케이 방역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대응”이라며 “진단검사·역학조사·격리치료(3T 전략)로 이어지는 삼박자를 빈틈없이 가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신 접종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며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짧고 굵게’ 끝내고, 백신 접종 확대로 연결시키면서 기필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뒤 열린 브리핑에서 이상원 질병관리청 위기대응분석관은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예방접종과 거리두기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느 하나가 더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거리두기를 통해서 감염재생산지수를 좀 떨어뜨리고 그 다음에 백신 접종을 통해서 확연하게 감소세를 유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짚었다. 감염재생산지수란 한 사람이 몇 명의 추가 감염자를 발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질병청에선 이날 수리모델링 분석 결과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해 유행이 강력히 통제되면(감염재생산지수 1.01 수준) 2주 뒤인 오는 24일부터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8월 말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재 유행 상황(감염재생산지수 1.22 수준)이 꺾이지 않고 유지될 경우 8월 중순에는 하루 2331명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 9일 기준 1.34가 나오는 등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한 주(4~10일) 일평균 감염재생산지수도 1.24로 전주(1.20)보다 올라간 상황이다.
역학조사 감염속도 못 따라가…접종도 수급불안 ‘족쇄’
실제 문 대통령이 4차 유행 대응을 위해 차질없는 진행을 주문한 두 가지 전략 앞에는 넘기 만만치 않은 장벽이 놓여 있다. 먼저, 최근 2주간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조사 중’인 확진자의 비율은 31.1%(1만3574명 중 4220명)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까지 엿새째 매일 1100~1300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역학조사가 감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수도권 역학조사 인력으로 현재까지 447명을 지원했고 이날부터 추가로 250명을 보충하겠다고 밝혔으나, 현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반전될지는 의문이다.
백신 접종도 여전히 수급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질병청은 이날 3분기 대규모 접종의 첫 대상인 55~59살 352만여명에 대한 사전예약을 시작했지만, 15시간여 만에 185만명에 대한 예약만 받고 중단했다. 백신이 주간 단위로 공급 일정과 물량이 확정되고 있어, 나머지 167만여명에 대한 물량이 정해진 이후에 다시 예약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7월 1천만회분, 8~9월 7천만회분으로 충분한 물량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200만회분도 안 되는 물량에 대해 투명한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예약 중단으로 혼란을 낳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날 특별방역점검회의를 통해 중환자는 그대로지만 무증상·경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들을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를 이달 말까지 수도권에 5343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병전담병원은 수도권에 814병상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지자체 주도의 자율접종도 본격 시행해 13일부터 1차로 서울·경기에서 34만명에게 접종하고, 이달 말엔 2·3차로 수도권에서 126만6천명분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자체 자율접종 규모를 당초 2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상향하고 8월 초까지 1차 접종 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300만명분의 지자체 자율접종 물량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오는 15일부터는 모든 국가 입국자에 대해서 사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 항공기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만 취했으나, 변이 확산으로 모든 국가 입국자로 확대한 것이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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