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선 7일 오전 서울 노원구 노원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에게 의료진이 번호표를 나눠주며 안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하며, 정부가 수도권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를 1주일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4차 유행 초입”으로 규정하고, 연장 기간 중이라도 유행이 악화할 경우 새 거리두기 개편안의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4단계는 ‘대유행’ 상황으로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 가장 강한 방역 조처가 가동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강화된 방역 대응을 위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수도권의 거리두기 개편을 유예하고 종전의 2단계 조치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총리는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다시 한번 일주일간 기존의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방역강화 조치를 통해 확산세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만약 2~3일 더 지켜보다가 그래도 이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도 조치를 취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가 언급한 새 거리두기 개편안의 가장 강력한 단계는 4단계다. 새 거리두기 개편안에서 4단계는 ‘대유행·외출금지’ 단계로, 주간 평균으로 수도권 1천명·서울 389명·경기 537명·인천 118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이 3일 이상 초과될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4단계에선 사적 모임을 오후 6시 이전까지는 4명, 이후에는 2명까지만 허용한다. 행사와 1인 시위 이외 집회는 금지된다. 결혼식과 장례식도 친족 49인까지만 참석이 가능해진다. 식당과 카페는 밤 10시 이후 운영이 제한되고, 클럽과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은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진다.
등교의 경우 4단계가 적용되면 즉시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교육감 주재 긴급 실·국 과장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새 거리두기 개편안 3단계로 상향되면 선제적 원격수업 전환을 검토하고, 4단계가 적용되면 즉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대본은 현재 수도권의 주간 평균 환자수는 7일 기준 636.3명으로 새 거리두기 개편안 3단계 기준을 충족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거리두기 개편안 3단계 조처를 적용하는 경우 밤 10시까지 유흥시설 운영을 재개할 수 있고, 실내체육시설 운영시간 제한이 해제되는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조처가 완화되는 문제가 있어, 현행 거리두기 2단계 연장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부 방역 조처 완화를 전반적인 방역 완화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12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2월25일 1240명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수도권은 990명, 서울 577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1주일(1~7일) 수도권의 주간 평균 환자 수는 636.3명으로 전주와 비교해 171.4명(36.9%)이 증가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브리핑에서 이날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수도권에서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밀집 지역에서 발생해 불특정 다수가 감염됐다. 서울 강남구·중구·서초구에서 많이 발생된 것도 주점·클럽 이용자·종사자들이 여러 시설을 이용하면서 확산된 것이 원인”이라며 “오늘 같은 유행이 확산되면 조만간 새 개편안 4단계 기준도 충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의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과 달리 지난 1일부터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한 대전과 부산은 8일부터 21일까지 2주 동안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강화하기로 했다. 두 지자체에선 최근 한 주 동안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여, 하루 평균 대전 25.1명(1단계 15명 미만), 부산 28.9명(34명 미만)으로 1단계 기준을 넘거나 근접해가는 상황이다. 특히 부산은 수도권의 거리두기 강화로 피서객이 부산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를 단계 격상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방역강화 추가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먼저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20~30대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강화한다. 서울시는 보건소당 임시선별검사소를 1개씩 추가해 현재 26개소에서 51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신규 설치 검사소는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식사 시간에 식당가 주변에 게릴라식으로 이동검사소를 설치하거나, 고위험시설 종사자 또는 외국인 근무 소규모 사업장은 찾아가는 검사소를 운영하고,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업지구 주변은 주말 오후부터 야간시간대에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지역도 20~30대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 강남스퀘어광장, 대치동 한티근린공원, 홍익문화공원, 가락119안내센터 앞, 청계광장, 구로디지털단지, 노원구·양천구 학원밀집지역에서 운영한다. 이기일 제1통제관은 “수도권에서 무증상 감염이 많은 상황으로, 서울 강남 ·홍대 지역 등 많은 사람이 접촉하는 지역을 방문한 20대는 즉시 검사를 받고 집에서 휴식을 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30대가 많이 출입하는 시설과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제검사와 주기적 선제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유흥시설 종사자와 집단감염 발생 대상 업종의 영업주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서울시에선 홍대입구역(3~7일)·강남역(5~31일)·한티근린공원(5~17일) 등에서 일제 검사를 진행한다. 경기도에선 노래연습장 종사자는 주1회 검사를 권고(1~14일)하고, 학원 종사자 선제검사를 실시(5~26일) 실시한다. 인천도 1~7일 노래연습장 운영자·종사자,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또한 1가구 1인 이상 검사 받기운동,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확산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2.4배 전파력이 높은 점을 고려해 역학조사의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학조사 필요 인력 요청을 질병관리청과 국방부, 경찰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밤 10시 이후 버스 감축 운행…방역 위반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역 수칙 이행을 강화하는 조처도 취해진다. 국토교통부는 버스 등 대중교통을 밤 10시 이후에 감축 운행하도록 권고한다. 아울러 8일부터는 방역 조처와 수칙을 위반할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방역 지침을 한 차례 위반하면 경고 처분을 내리는데 그치는 현행 방침에서 바로 운영 중단 10일 처분을 내리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내 집단행사와 회식을 자제하도록 강력 권고한다. 밤 10시 이후 숙박업소에서 인원을 초과한 음주 및 모임이 이뤄지는 경우가 보고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는 숙박시설의 정원 초과 예약과 입실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예방접종 완료자 사적모임 인원제한 제외 등 현재 시행 중인 예방접종 인센티브는 일단 유지하되,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민주노총이 지난 3일 서울 종로3가 일대에서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한 집회에 대해서는 방역당국의 역학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직 이번 유행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아직까지는 질병관리청에서 지자체와 역학조사 등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 민주노총 집회가 현재 유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예방접종자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완화 메시지가 확진자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손영래 반장은 “고령층 1차 예방접종이 완료되는 시기를 선택해 조금 더 일상회복 쪽에 방점을 찍고 접종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면서 예방접종을 가속화시키는 체계를 고안한 바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긴장감이 지나치게 이완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드렸으나, 현재 유행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이러한 메시지 전달이 좀 더 효과적으로 될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지훈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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