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도 런던에서 4일(현지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규제 조처를 해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변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예방효과가 접종 횟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지난달 14일 발표에서 화이자 백신은 델타 변이에 대해 1차 33.2%, 2차 88%의 감염 예방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32.9%, 2차 60%다. 두 백신 모두 1차 접종만으로는 감염 예방효과가 다소 떨어진다. 화이자 백신이 주로 접종된 이스라엘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 이후인 지난달 6일부터 이달 3일까지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가 64%로,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5일(현지시각)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을 막는 예방효과와 달리 감염자의 병원 입원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를 보는 입원 예방효과는 다른 결과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코로나19 백신은 한 차례의 접종만으로도 상당한 입원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의 발표를 보면, 1차 접종 뒤 화이자 백신은 94%,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1%의 입원 예방효과를 보였다. 2차 접종에 따른 효과는 각각 96%와 92%다.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화이자 백신의 입원 예방 효능도 93%로 나타났다. 감염 예방효과와 달리 1차 접종만으로도 높은 입원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령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백신이 증상 악화를 막아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를 줄인다면 의료 체계 과부하나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예방 효과는 방역 조처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실제로 영국은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2만명을 넘고 있지만, 환자 규모와 사망자 규모는 적은 편이다. 영국 보건당국 통계를 보면, 인공호흡기 등 기계환기 병상에서 치료받는 입원환자는 지난 2일(현지시각) 기준 321명이고, 사망자 수도 5일 기준 9명이다. 영국은 현재까지 성인의 86.1%가 1차 접종을, 64%가 2차 접종을 마친 상황이다. 최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 대다수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입원 예방효과가 100%가 아닌 만큼, 접종 완료자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에선 지난달 21일까지 델타 변이 감염이 확인된 9만2029명 가운데 117명이 사망했다. 미접종자가 44명이었지만, 백신을 2회 접종한 50대 이상 5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엇갈린 방역 조처를 하고 있다. 영국은 오는 19일부터 각종 방역 관련 규제를 해제할 방침이다. 신규 확진자가 5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중교통과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극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의 수용 인원 제한, 사람 간 1m 거리두기 유지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지난달 초 방역 조처를 완화한 이스라엘은 한달도 채 안 돼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고, 국경 봉쇄와 더불어 백신 접종 완료자나 완치자에게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면역증명서 ‘그린패스’ 제도를 부활하는 등의 방안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서혜미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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