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감염안전진료부스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연일 700~800명대 신규 환자 발생에서 억제되지 않고 ‘4차 유행’으로 번져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상황을 ‘3차 유행’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 중순에 견주어 보면, 방역 완화 분위기 속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재확산 불길이 지펴졌던 점이 유사하다. 다만, 3차 유행 때와 달리 고령층 접종 덕분에 인명 피해 위험은 낮아져 있다. 현 상황에선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실제 위력이 향후 확산세와 위험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은 5일 “지금은 수도권의 유행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거나 비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이 새로운 유행으로 갈지 ‘기로’에 서 있음을 짚은 셈이다.
앞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말하는 코로나19의 특성은 ‘조이면 줄고, 풀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발생한 2차 유행과 11월 시작된 3차 유행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4차 유행을 우려하는 최근에도 하루 300~5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안정기가 이어지자, 일상 회복을 위한 거리두기 개편안 등 방역 완화안이 하나둘 나왔고 이동량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재확산세가 불붙었다. 방대본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7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최근 1주(6월27일∼7월3일) 하루 평균 확진자는 655명으로 직전주보다 33.2%나 증가했다. 전국 확진자의 약 80%가 나오는 수도권은 20대 확진자 발생률이 직전주 인구 10만명당 9.3명에서 지난주 16.4명으로 75% 이상 급격하게 늘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감염재생산지수가 1.2 정도로 상당히 높아져 있다”면서, ‘기하급수적 증가’를 우려했다. 앞서 정 본부장은 지난해 3차 유행이 임박했던 11월16일에도 “재생산지수가 1.12로 사람 간 접촉을 줄여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유사한 ‘위험신호’를 보냈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20일 윤태호 당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이 “세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3차 유행을 ‘공식 선언’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한 사람의 확진자가 추가로 감염시키는 사람 수를 뜻한다.
하지만 지난 유행 시기와는 차이점도 있다. 3차 유행은 지난해 12월 중순을 지나며 ‘연쇄 감염의 끝단’으로 불리는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불가피하게 높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60살 이상 고령층 예방접종이 진척되면서, 지난 3일 0시 기준 전연령층 치명률은 1.37%로 안정기였던 석달 전 4월3일 1.66%보다 되레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계속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방역 없이는 경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향후 어디에 무게를 실을지는 확산세에 따른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어디까지 진전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마포구 홍대주점과 경기·인천 영어학원 관련 집단감염에서, 델타 변이가 검출된 점이 부담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국내 환자가 100명 발생한다면 델타 변이는 약 7명 내외”라고 말했다. 물론 국외 유입 확진자를 뺀 지역사회 확진자의 델타 변이 검출률은 2.2%로 낮아지긴 한다. 델타 변이가 현재 국내의 접종 진행 시점에서 중증화율·사망률까지 높일지가 향후 주요 변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영국 자료를 보면 델타변이가 중증환자를 만드는 정도가 (알파 변이보다) 1.7∼1.8배 높은 것으로 나오지만, 아직 사망률을 높이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델타변이에 대한 80~90%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2차 접종자 비율이 10% 정도로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델타 변이에 대한 대응도 그동안 여러 차레 유행을 억제해온 것처럼 방역의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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