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면서 무더위가 계속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대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서고,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가 1.2로 높아지는 등 새로운 유행이 닥쳐오고 있다. 지난 19일 첫 확진 이후 2주 만에 델타 변이를 포함한 245명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 홍대주점·경기 영어학원 집단감염 사례는 부산의 감성주점에까지 전파가 이어져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26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765명, 국외 유입은 61명이었다.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1월7일 이후 176일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한주(6월27일~7월1일) 동안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1.2로, 2주 전 0.88, 전주 0.99에 견줘 빠르게 높아졌다. 수도권도 1.24를 나타냈다. 1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초감염재생산지수 1.2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최근 유행이 확산하는 영국이 1.2~1.4 사이”라며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코로나19가 매우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대본이 공개한 최근 2주 동안 감염경로를 보면, 선행확진자접촉이 44.7%, 집단감염이 22.6%, 국외유입이 6.9% 등을 나타냈다. 이전 2주보다 집단감염과 국외유입 비율이 높아졌다.
문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추세가 전국적 확산세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확진자는 619명으로 국내 발생의 81%를 차지했는데, 방역당국은 지난 19일 한 부산 거주자가 마포구 홍대 앞에 있는 주점 ‘서울펍’을 방문해 감염된 이후,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의 ‘그루브 라운지바’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라운지바에선 대전 거주자 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방역망에 잡히지 않는 라운지바 방문자가 전국에 퍼져 있을 것으로 보고, ‘재난알림문자’를 전국에 발송해 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주말과 방학을 맞아 젊은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점을 통한 감염, 이를 통한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으로, 향후 2주 동안 펍·바·감성주점·클럽 등의 이용을 자제해달라”며 “최근 수도권 등에서 클럽이나 주점같이 밀집·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한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받을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국외 유입 확진자도 61명으로 지난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국외 유입 중에선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온 확진자가 27명으로 가장 많다. 방역당국은 대규모로 유행이 확산하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내로 돌아온 교민 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에선 인도네시아를 변이 유행국가로 지정해 국외 접종자라도 격리 면제 제외, 외교 공무 외 신규 비자 발급 중단, 인도네시아발 항공기 좌석 점유율 60% 제한 등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유행이 확산하면서 예방 접종으로 인해 줄었던 고령층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유행이 미접종 기저질환자와 고령층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다시 증가시키면 의료 체계 역량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유행 확산세에 따라 일주일 시행을 유예한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을 두고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1주일(6월26일~7월2일) 동안 수도권의 하루 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는 509명으로, 새 거리두기 개편안 기준상 3단계(수도권 500명 이상) 범위에 들어섰다. 새 거리두기 개편안에서는 3단계가 되면 5인 이상 사적모임 인원제한과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밤 10시 이후 운영제한 등 현행 방역체계가 유지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수도권이 하루 평균 509명으로 3단계에 해당하는 기준치를 충족하기 시작했다. 금주 상황을 보면서 방역 조처를 어떻게 할지 수도권 시도와 계속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은 오랜 거리두기 피로감과 경제적 피해로 인해 지속 가능한 방식의 체계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새 개편안에서 3단계로 적용한다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며 “예방접종으로 인해 지난해처럼 병상이 부족하거나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 아닌데 변수가 생겼다고 결정을 변경하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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