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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이재명 “위험한 수도권 먼저”…당국 “특정 지역 우선접종 없다”

등록 2021-06-29 19:59수정 2021-06-30 02:44

접종기획반, 형평성 들어 선 그어
“국민 수용성 종합해 고려해야”
집단시설 등 전략적 접근 의견도
오세훈 서울시장(왼쪽부터)과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부터)과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중 수도권의 비중이 80%에 가까워진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주장한 코로나19 백신 ‘수도권 우선 접종’을 두고 타당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확진자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병상 등 의료자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이미 전파가 시작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선 접종 필요성이 어느 수준 인정되더라도 ‘수도권 주민 특혜’ 논란 등 필요 이상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고위험 영역, 나이 든 분들 우선으로 접종하고 있는데, 이제는 지역적 우선 배분을 고려해 달라. 수도권, 그리고 수도권 중에서도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우선 접종이 가능하도록 고민해 달라”며 “접촉도가 높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구 대비 발생률로는 서울이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서울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4주차(20~26일) 기간에 수도권의 확진자 발생 비중은 평균 74%였으며, 이날 0시 기준으론 수도권 확진자가 전체의 79.6%를 차지하는 등 80%에 근접했다.

경기도는 수도권 우선 접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재량 백신’ 물량을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더 빨리, 충분히 배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50살 이하 국민에 대한 대규모 접종계획을 담은 ‘3분기 접종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자율 접종’ 방안을 제시했다. 7월 말 백신 도입 상황에 따라서, 시·도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백신 물량을 ‘인구 비례’로 일정 수준 배정하고, 지자체는 각 지역의 특성과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수인력이나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접종을 자체 실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접종계획을 각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따라 보완할 여지를 주려는 것이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이날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 배석해 “경기도가 건의한 것은 그런 물량(자율 접종 물량)이 ‘적기’에 ‘충분하게’ 올 수 있도록 해달란 것”이라며 “경기도는 (이 물량을 활용해) 학원강사 등 고위험시설(종사자)을 대상으로 먼저 접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은 특정 지역을 우선 접종 대상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앞서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은 지난 1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주 우선 접종 건의와 관련해 “특정 지역 우선 접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가 여름휴가철에 수도권 등의 관광객이 몰려와서 감염이 확산할 것을 대비해 제주도민에 우선 접종을 해달라고 지난 9일 건의했으나, 이는 수용되지 않았던 셈이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도권 우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냐’는 질문에 “지자체 자율접종 부분은 백신을 각 지자체 인구에 비례해서 일정한 물량을 할당하고, 지자체에서 우선순위에 따라서 접종대상자를 선정하게 한다는 계획”이라며 “수도권 등 특정 지역을 우선 접종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재량 물량은) 자율접종을 시작하는 시점의 백신 도입 상황을 조금 더 살펴봐야 되기 때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의 75%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땐 우선 접종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서도, 접종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과 사회적 형평성도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제주도 등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코로나19 병상이 적어서 의료자원이 부족한 만큼 접종을 우선해야 한다는 반대 방향의 우선 접종 논리도 제시될 수 있다”며 “특정 지역 우선 접종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도 “현재로선 수도권의 코로나19 위험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보다 인구 밀집도가 낮은 대구에서 지난해 2월 1차 유행이 시작됐던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현실적으로 수도권 상황이 심상치가 않고 방역 긴장감도 워낙 낮아져 있어 단 한 달이라도 수도권 주민에 빨리 접종하는 것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전체를 줄이는 데 도움은 될 것”이라며 “그러나 형평성 논란도 고려해야 하니 (수도권 전체 우선 접종 전략보다는) 집단 기숙사 시설 등에 우선 접종하는 전략 정도를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김지훈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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