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포항 세명기독병원 안에서 포항시 방역 관계자가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던 추세를 보이다가 13일 만에 다시 600명대로 증가했다.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다음달부터 방역수칙이 다소 완화한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이 예고되자 벌써부터 분위기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645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부터 300~500명대를 오가며 전날까지도 394명에 그쳤던 상황에서 13일 만에 6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한 주(13~19일)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가 444.4명으로 전주(6~12일)보다 80명가량 감소하면서 ‘예방접종 효과로 확진자 감소 추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가 생겼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날 다시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주말 검사 감소 효과가 사라지며 확진자 수가 통상 늘어나는 시기다. 여기에 전날 대전 유성구 용산동의 한 교회·가족과 연관된 확진자 33명이 한꺼번에 나오는 등 집단감염 사례가 숫자를 보탰다. 대전 집단감염 사례에선 이후로도 확진자가 추가돼, 이날 낮 12시 기준으론 연관된 누적 확진자가 66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날 발표된 최근 2주간 감염경로를 보면, 집단감염(19.8%)보다는 선행 확진자 접촉(47.8%)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등, 개인 간 접촉으로 인한 소규모 감염도 줄을 잇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이동이 늘어나는 추세도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통계청의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주말(19~20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이동량이 모두 직전 주말(12~13일)에 견줘 각각 3.7%, 8.3% 증가했다. 국외 유입 확진자도 나흘 연속 40명대가 나왔는데, 이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방역수칙이 완화된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한다는 일정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이 이날 0시까지 29.4% 진행되면서 치명률이 1.32%로 낮아지고 위중증 환자 발생이 감소함에 따라 의료 대응 능력에 여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란 얘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300명대에서 600명대로 증가한 부분이 ‘예상보다 좀 높은 수준 아닌가’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하루 환자 수 증가로 판단할 순 없고 이번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새 거리두기 개편은 방역·의료 대응 여력을 총괄적으로 판단해 준비해온 것으로, 하루이틀 상황으로 방역 정책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7월 방역 완화를 앞두고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7월 방역 완화가 유행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방역을 급하게 풀거나 완화 신호를 주면 새로운 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지난해의 교훈”이라며 “수도권에서 2주간 이행 기간을 설정했듯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반드시 이행 기간을 거쳐야 하고, 대부분 접종자도 1차 접종인 상황이라 8월까지 계속 조심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수본 반장도 “(거리두기 개편 이행기간인) 7월 중순까지는 자주 만나지 않던 지인과의 대규모 모임이나 음주를 동반한 장시간 식사 모임은 가능한 한 자제해주시기 바라고, 특히 직장 내 대규모 회식을 좀 더 유예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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