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제를 알리는 만화 웹진을 창간한 ‘장애운동가’ 박지주씨가 13일 오후 서울 청파동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장애인누드…섹스칼럼…만화사이트로
누드, 섹스, 만화, 모두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그런데 ‘장애인’이 주어가 되면 왠지 이상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 결핵성 척수염을 앓아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 박지주(35)씨는 그래서 더욱 이런 것들과 장애인을 하나로 엮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도발한다. 비장애인들에게 일상인 것들이 장애인들에게는 일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수리에 일침을 놓기 위해서다.
2001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를 다니던 박씨는 학교와 한판 법정 다툼을 벌였다.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니 손해 배상을 하라고 소송을 했다. 이듬해 학교 쪽에 책임이 있다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왜 모교에 망신을 주느냐”는 비난이 많았기에 이기고도 안타까웠다. “그 뒤로 여러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면서 장애인 문제를 알려왔는데, 시위와 투쟁이 때로는 남성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장애인들 일상들이 장애인들에도 일상…
장애인운동, 꼭 머리띠 두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이후 박씨는 ‘문화’와 ‘생활’을 장애운동의 동반자로 삼았다. “장애인 운동이라고 해서 꼭 머리띠 두르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장애인의 삶과 일상으로 관심을 돌렸다. “길거리로 나서는 시위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느꼈어요. 시위 속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은 장애인을 그저 불쌍한 사람들로 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거든요. 철로에 눕는 장애인의 얼굴이 분명 현실을 비추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습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2003년 6월부터 박씨는 한 장애인신문에 ‘박지주의 마음, 몸 그리고 섹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장애인들에게도 섹스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즐겨야 하는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4년 10월, 박씨는 문화기획자로 ‘대형 사고’를 쳤다.
휠체어 타는 여성 장애인 이선희씨의 누드 사진전을 기획한 것이다. 이 전시회는 단숨에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장애여성도 당당하게 성을 말하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이라는 점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회·문화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도발꾼 박씨는 최근 다시 새로운 일을 꾸몄다. 이번에는 만화다. ‘장애인이 나설 때’란 뜻의 ‘장때’(jangddae.com)란 만화 사이트를 한달 전에 열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만화의 힘에 주목해 2003년부터 준비한 작업으로, ‘장애인’을 주제로 내거는 만화 사이트로는 물론 처음이다. 사무실은 박씨의 집, 사무국장은 남편 이훈희(34)씨. 실무자들 월급은 정부 보조금과 후원회비로 어렵사리 해결한다. 모두 9개 꼭지를 연재 중인데, 읽다 보면 저절로 우리 이웃인 장애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만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림은 전문 만화가들이 그리지만 이야기에는 장애인 작가들이 참여해 현실성을 높였다. 신은희 장애여성문화공동체 사무국장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점점 성숙하면서 이제 문화적 코드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장애인 운동을 문화적 측면에서 활성화하는 데 이 만화사이트가 큰 몫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장애인운동, 꼭 머리띠 두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이후 박씨는 ‘문화’와 ‘생활’을 장애운동의 동반자로 삼았다. “장애인 운동이라고 해서 꼭 머리띠 두르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장애인의 삶과 일상으로 관심을 돌렸다. “길거리로 나서는 시위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느꼈어요. 시위 속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은 장애인을 그저 불쌍한 사람들로 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거든요. 철로에 눕는 장애인의 얼굴이 분명 현실을 비추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습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2003년 6월부터 박씨는 한 장애인신문에 ‘박지주의 마음, 몸 그리고 섹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장애인들에게도 섹스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즐겨야 하는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4년 10월, 박씨는 문화기획자로 ‘대형 사고’를 쳤다.
휠체어 타는 여성 장애인 이선희씨의 누드 사진전을 기획한 것이다. 이 전시회는 단숨에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장애여성도 당당하게 성을 말하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이라는 점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회·문화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도발꾼 박씨는 최근 다시 새로운 일을 꾸몄다. 이번에는 만화다. ‘장애인이 나설 때’란 뜻의 ‘장때’(jangddae.com)란 만화 사이트를 한달 전에 열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만화의 힘에 주목해 2003년부터 준비한 작업으로, ‘장애인’을 주제로 내거는 만화 사이트로는 물론 처음이다. 사무실은 박씨의 집, 사무국장은 남편 이훈희(34)씨. 실무자들 월급은 정부 보조금과 후원회비로 어렵사리 해결한다. 모두 9개 꼭지를 연재 중인데, 읽다 보면 저절로 우리 이웃인 장애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만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림은 전문 만화가들이 그리지만 이야기에는 장애인 작가들이 참여해 현실성을 높였다. 신은희 장애여성문화공동체 사무국장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점점 성숙하면서 이제 문화적 코드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장애인 운동을 문화적 측면에서 활성화하는 데 이 만화사이트가 큰 몫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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