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침술만 가르쳐야 하나요?”
“시각장애학교 음악교사가 되고 싶어 대학원까지 마쳤는데 안마와 침술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오는 18일 대구대에서 특수교육 석사 학위를 받는 황선경(34·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학교의 음악교사가 되려고 하루 15시간씩 9년을 공부해 ‘음악중등정교사자격증’과 ‘특수교사자격증’을 땄지만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왼쪽 눈의 시력을 잃고 17살 때 오른쪽 시력마저 잃은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음악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업 내용을 모두 녹음해 반복해 듣고 동급생들의 필기공책을 빌려 점자로 번역해 외우는 등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한성신학대 종교음악과를 거쳐 청주대 음악교육과에 편입해 수석 졸업하고 이번에 석사 학위까지 받게 됐다. 황씨의 교사 자격증은 청주대 편입 당시 학교 쪽의 거부에 맞서 법적 투쟁을 벌이는 등 역경을 딛고 따낸 것이다.
그러나 서울맹아학교를 제외한 전국 12개 시각장애학교는 모두 일반인 교사로 음악교사를 채용해 황씨가 갈 곳은 없었다. 일반학교 음악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를 치러야 하는데 점역된 수험서도 없는데다 악보를 보고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실기시험 방식으로 치러져 사실상 불가능하다. 황씨는 “시각장애학교 중·고등부 학생 731명 가운데 8명이 음악 전공을 희망하는데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없다”며, △전문 음악교사 양성 △7차교육과정에서 줄어든 음악수업 시간 증가 △점역된 음악교과서를 늘리고 점자악보 교육을 강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교사가 돼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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