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장애인 방송 진행자 신홍윤·이현학씨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당장만나’(당신이 장애를 이해하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들)는 진행자 2명이 모두 장애청년이다. 신홍윤(30·지체장애)씨는 고려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활동을 했고 장애청년 토크콘서트 진행 경험도 있다. 이현학(34·시각장애)씨는 2014년부터 시각장애인 그룹 ‘더 블라인드’를 결성해 올해 싱글앨범 <오늘도>를 내며 활동중인 가수다. <제이티비시>(JTBC) ‘히든싱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있다. 둘은 함께 1년 전부터 <케이비에스>(KBS 3 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에서 게스트로 출연중이다.
‘당장만나’에서 두 진행자는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장애인)혐오, 페미니즘, 미디어 속 장애인 등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인물(장애인·비장애인)을 초청해 장애청년의 시선에서 질문하고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지난 1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방송을 앞두고 있는 신씨와 이씨를 만났다. 이날 녹음한 분량은 이달말께 ‘팟빵’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새해부터는 월 2회씩 업로드할 계획이다.
장애인개발원 팟캐스트 ‘당장만나’
17일 첫 녹음해 ‘팟빵’ 등에 업로드
‘지체’ ‘시각’ 장애 청년 시각 대변 지체장애 김원영 변호사 첫 게스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소개
“존엄하면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당장만나’는 어떤 프로그램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봤다. 누구보다 더 장애인들에 대한 밝은 시각을 기대했다. 신씨는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를 부둥켜안고 사는 방법과 요령을 익혀가는 것일 뿐이다. 절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밖에서 이만큼 활동하고, 사회적 성취를 조금이나마 이루어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극복한 건 전혀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시선을 바꾸는 것도 이 방송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의 하나다”라고 했다. 이씨는 “태어날 때부터 전맹인 친구들에게 ‘만약 내일부터 볼 수 있게 되면 볼거야?’라고 물으면 의외로 ’아니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그들이) 안 보이는 세상을 머릿속에 구축해 두었는데 내일 갑자기 보이게 되면 자신들이 그려왔던 세상과 (눈에) 보이는 세상과 다를 때의 혼란, 충격이 두려운 것이다. 보이는 것에 적응하기가 외려 힘들다. 안 보이나, 그 삶이 약간 불편한 뿐이다. 이미 안 보이는 생활에 요령을 익혔고 능숙해진 만큼 다시 보게 되는 것이 싫다”라고 말했다. 첫번째 게스트는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었으며 올해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내 화제가 되고 있는 김원영(37·지체장애)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소개할 것”이라며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존엄하고 또 동시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민감한 나이의 장애청년들이 신체나 정신적으로 열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당당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말해주고 싶다. 장애 자체를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매력으로, 예술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실험들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겠다. 정말 전형적이지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라는 ‘특성’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을 만나게 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방송 등 미디어에서도 장애인을 인간승리의 영웅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이웃 중 한 명으로 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진행자는 앞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상’을 인식시킬 수 있는 인물’을 계속 초대할 작정이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이니’ 구두로 유명한 브랜드 아지오의 모델로도 활동중인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소수자 관련 책을 쓴 저자,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장혜정)과의 시설 밖 생존일기를 기록한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들고 장애인 탈시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혜영 감독 등이 후보다. 이씨는 “장애인을 연기했던 연기자, 예를 들어 한지민, 구혜선 배우도 있고 올해 제19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아준 천우희씨 같은 분들도 인식 개선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들려주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귀뜸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팟캐스트 ‘당장만나’ 프로그램을 녹음하기 위해 17일 서울 가산동의 한 스튜디오에 모인 세 사람. 왼쪽부터 진행자 신홍윤·이현학씨, 게스트 김원영 변호사.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17일 첫 녹음해 ‘팟빵’ 등에 업로드
‘지체’ ‘시각’ 장애 청년 시각 대변 지체장애 김원영 변호사 첫 게스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소개
“존엄하면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당장만나’는 어떤 프로그램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봤다. 누구보다 더 장애인들에 대한 밝은 시각을 기대했다. 신씨는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를 부둥켜안고 사는 방법과 요령을 익혀가는 것일 뿐이다. 절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밖에서 이만큼 활동하고, 사회적 성취를 조금이나마 이루어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극복한 건 전혀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시선을 바꾸는 것도 이 방송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의 하나다”라고 했다. 이씨는 “태어날 때부터 전맹인 친구들에게 ‘만약 내일부터 볼 수 있게 되면 볼거야?’라고 물으면 의외로 ’아니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그들이) 안 보이는 세상을 머릿속에 구축해 두었는데 내일 갑자기 보이게 되면 자신들이 그려왔던 세상과 (눈에) 보이는 세상과 다를 때의 혼란, 충격이 두려운 것이다. 보이는 것에 적응하기가 외려 힘들다. 안 보이나, 그 삶이 약간 불편한 뿐이다. 이미 안 보이는 생활에 요령을 익혔고 능숙해진 만큼 다시 보게 되는 것이 싫다”라고 말했다. 첫번째 게스트는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었으며 올해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내 화제가 되고 있는 김원영(37·지체장애)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소개할 것”이라며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존엄하고 또 동시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민감한 나이의 장애청년들이 신체나 정신적으로 열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당당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말해주고 싶다. 장애 자체를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매력으로, 예술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실험들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겠다. 정말 전형적이지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라는 ‘특성’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을 만나게 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방송 등 미디어에서도 장애인을 인간승리의 영웅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이웃 중 한 명으로 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진행자는 앞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상’을 인식시킬 수 있는 인물’을 계속 초대할 작정이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이니’ 구두로 유명한 브랜드 아지오의 모델로도 활동중인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소수자 관련 책을 쓴 저자,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장혜정)과의 시설 밖 생존일기를 기록한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들고 장애인 탈시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혜영 감독 등이 후보다. 이씨는 “장애인을 연기했던 연기자, 예를 들어 한지민, 구혜선 배우도 있고 올해 제19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아준 천우희씨 같은 분들도 인식 개선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들려주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귀뜸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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