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만경대를 관람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미경(오른쪽)씨와 아들 배형진씨.
“잘난 아들 덕분에 평양 구경합니다”
“아들 잘둬서 평양까지 구경합니다. 호호호.”
표정이 밝다. 김일성 전 북한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구경하고, 170m 높이의 주체사상탑에 오르고, 개선문에서 맞은편 모란봉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항상 환한 표정이다. 그의 말대로 ‘잘난 아들’ 손을 잡고 남들이 하기 힘든 평양 구경을 하기 때문일까?
그의 아들은 결코 ‘잘난 아들’이 아니다. 올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마라톤을 뛰고, 철인3종 경기를 하고, 이제는 유명 인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의 아들은 치유하기 힘든 발달 장애(자폐)인이다. 23살인 아들은 지금도 그의 손을 벗어나 살기 힘들다. 언제까지 보호해야 할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 ‘나의 인생을 지긋지긋하게 만든’ 아들 배형진을 한 손에 꼭 잡고 있는 박미경(46)씨.
24일 평양 시내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평양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아들과 함께 23일 평양에 도착한 박씨는 자폐아인 아들이 자신에겐 신(神)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가 형진에게 기울인 정성을 생각하면 형진은 이미 정상이 돼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원점이었어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매일 매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그러니까 나에겐 신의 존재인 셈이죠.”
박씨는 자신의 지난 삶이 ‘지겹고 힘든 밑바닥 삶’이었다고 표현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어요. 그리고 아들은 발달 장애로 항상 곁을 지켜줘야 했어요. 그래서 ’ 왜 이렇게 내 인생이 지겨운 거야’를 반복했고, 한때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어요.”
영화 성공 덕분 여학생과 대화할만큼 변화
아직도 자폐아에 무관심한 사회 안타까워 그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곤 아들에게 달리기를 시켰다. “자폐아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어느 날 아들에게 운동장 100바퀴를 돌라고 했어요. 도중에 힘들어 보이면 그만 시키려고 했죠. 그런데 1시간동안 쉬지 않고 99바퀴를 돌았는데도 나머지 한 바퀴마저 돌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아톤>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박씨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고 한다. “우리 아들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형진이 몸매는 끝내줘” 영화 <말아톤>의 유행어는 실제 박씨가 아들에게 쉼 없이 되뇌던 말이었다. 형진이는 마라톤을 하면서 자신감도 늘고, 사회성도 좋아졌다. 특히 올해 <말아톤>이 ‘대박’을 터뜨린 뒤 형진이는 더욱 ‘상태’가 좋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같이 갔는데 예쁜 여학생이 아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이전 같으면 귀찮아했는데, 그날은 아들이 적극적으로 여학생의 이름도 물어보고 관심을 보였어요. 조금씩 변화하는 거죠.” 박씨는 영화 <말아톤>의 영향 탓으로 이제 자폐아를 둔 부모들이 좀 더 떳떳하게 자녀를 데리고 외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이야기 한다. 이전엔 남들의 시선이 두렵고, 자폐증세를 이해를 하지 못해 외출을 꺼렸는데, 이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말아톤, 말아톤”이라고 하면 모두들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아직 이 사회는 발달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한 사회”라고 말한다. “형진이는 혜택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런 아이들이 앞으론 사회 시스템이 치료해 주고 보호해 주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본인도 힘들지만, 보호자들도 너무 힘들어요.” 자폐아 치료는 ’아주 멀고 먼 마라톤’과 같다는 박씨는 자폐아 부모들은 인내심을 갖고, 초반에 너무 전력 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곁에서 형진이는 “인터뷰, 인터뷰”를 낮게 되뇌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양/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영화 성공 덕분 여학생과 대화할만큼 변화
아직도 자폐아에 무관심한 사회 안타까워 그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곤 아들에게 달리기를 시켰다. “자폐아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어느 날 아들에게 운동장 100바퀴를 돌라고 했어요. 도중에 힘들어 보이면 그만 시키려고 했죠. 그런데 1시간동안 쉬지 않고 99바퀴를 돌았는데도 나머지 한 바퀴마저 돌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아톤>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박씨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고 한다. “우리 아들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형진이 몸매는 끝내줘” 영화 <말아톤>의 유행어는 실제 박씨가 아들에게 쉼 없이 되뇌던 말이었다. 형진이는 마라톤을 하면서 자신감도 늘고, 사회성도 좋아졌다. 특히 올해 <말아톤>이 ‘대박’을 터뜨린 뒤 형진이는 더욱 ‘상태’가 좋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같이 갔는데 예쁜 여학생이 아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이전 같으면 귀찮아했는데, 그날은 아들이 적극적으로 여학생의 이름도 물어보고 관심을 보였어요. 조금씩 변화하는 거죠.” 박씨는 영화 <말아톤>의 영향 탓으로 이제 자폐아를 둔 부모들이 좀 더 떳떳하게 자녀를 데리고 외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이야기 한다. 이전엔 남들의 시선이 두렵고, 자폐증세를 이해를 하지 못해 외출을 꺼렸는데, 이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말아톤, 말아톤”이라고 하면 모두들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아직 이 사회는 발달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한 사회”라고 말한다. “형진이는 혜택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런 아이들이 앞으론 사회 시스템이 치료해 주고 보호해 주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본인도 힘들지만, 보호자들도 너무 힘들어요.” 자폐아 치료는 ’아주 멀고 먼 마라톤’과 같다는 박씨는 자폐아 부모들은 인내심을 갖고, 초반에 너무 전력 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곁에서 형진이는 “인터뷰, 인터뷰”를 낮게 되뇌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양/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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