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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국내 1호 시각장애인 아로마 테라피스트 함께 도전해요”

등록 2017-04-19 19:36수정 2017-04-19 21:55

[짬] 강원대 사회공헌동아리 인액터스 회원들
강원대 사회공헌동아리 인액터스 회원과 시각장애인으로 이뤄진 ‘봄내음 프로젝트’팀.
강원대 사회공헌동아리 인액터스 회원과 시각장애인으로 이뤄진 ‘봄내음 프로젝트’팀.
“눈을 감으면 향기가 더욱 진해집니다.”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시각장애인과 대학생들이 ‘국내 1호 시각장애인 아로마 테라피스트(향기 치료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각장애인 직업은 오직 안마사’라는 현실의 벽을 깨기 위해 강원대 사회공헌동아리 인액터스 회원 4명과 강원 춘천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2명이 ‘봄내음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뭉쳤다. 시각장애인 유경탁(25)·안희주(27)씨와 대학생 조현진(23), 박혜인·권재연(22), 신정협(25)씨 등 6명이 주인공이다.

시각장애·비장애 대학생 6명 뭉쳐
향기치료사 ‘봄내음 프로젝트’ 3년째
“오직 안마사라는 직업편견 깨야죠”

“비장애인보다 훨씬 후각 뛰어나”
식물추출 향료 배합해 심신 치료
‘봄내음 디퓨저’ 개발해 카페 납품

시각장애인들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봄내음 프로젝트는 2014년 7월부터 시작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 방안을 고민하던 인액터스 회원들은 ‘서울의 한 시각장애인 학교 학생 46%가 생계 유지와 신체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마사를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내용이 담긴 한 논문에 주목했다. 박혜인씨는 “논문에서 ‘시각장애인의 98.5%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안마사가 아닌 다른 직종의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특히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은 이때부터 춘천에 있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강원명진학교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기업체와 취업 전문가 등도 만나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직업’을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유경탁씨 등 시각장애인 2명이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면서 봄내음 프로젝트는 본격 시작됐다.

수차례의 논의 끝에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에 견줘 후각이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해 ‘아로마테라피스트’란 생소한 직업을 도전 과제로 정했다.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식물과 꽃에서 추출한 향기로 피부와 지친 심신을 치유해 주는 직업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유난히 냄새를 맡는 걸 좋아했던 유씨가 반겼다. 그는 “막연하게 향기와 관련된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로마 테라피스트로 구체화되니 너무 좋았다. 내가 개척한 길이 새로운 길을 찾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쿵닥쿵닥했다”고 그때 심경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주위의 응원이 이어졌고 2015년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50만원의 초기 자금이 마련됐다. 이 돈으로 유씨와 안희주씨는 1년 동안 서울의 향수 공방을 오가며 향기 제작 기초과정을 수료했다. 수업을 받으러 오가는 길과 교육 과정에서도 대학생들은 손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봄내음 프로젝트’ 참여 시각장애인들이 3년만에 첫 개발한 봄내음 디퓨저.
‘봄내음 프로젝트’ 참여 시각장애인들이 3년만에 첫 개발한 봄내음 디퓨저.
두 사람은 기량을 한껏 발휘해 올해 처음으로 상쾌한 향기가 특징인 ‘봄내음 디퓨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강원대 후문에 있는 한 카페에 납품하는 결실도 이뤘다. 권재연씨는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지만 개발 과정에서 실패도 많았다. 처음엔 향초를 개발하려 했지만 불을 다뤄야 하는 향초는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년 가까이 지나면서 초창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동아리 회원은 전부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봄내음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진(경영학과 3) 인액터스 회장은 “‘장애가 직업 선택에 제한이 되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선배들에 이어 후배들이 결심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 1호 시각장애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기 위해선 국제아로마테라피 임상연구센터(IACC)의 아로마테라피 국제자격증을 따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한 학기에 1인당 300만원 정도의 수강료가 필요하다. 부족한 수강료는 봄내음 디퓨저를 학교 인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에 팔아 마련할 참이다.

안씨는 “여러 학생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시각장애인도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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