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빛브라스앙상블’ 단원들이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제공
“음악은 보는 게 아니고 듣는 거니까”
비장애인 학생 동아리 중심으로 운영되 온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행사에 장애인 학생 동아리가 처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1월4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행사 폐막식에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한빛맹학교의 ‘한빛브라스앙상블’ 학생들이 축하공연을 한 것. 앞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한 줄로 천천히 입장한 단원들은 <아기공룡둘리> 등 친숙한 곡으로 객석의 흥을 돋우었고, 마지막 곡인 <쿵따리 샤바라>를 연주할 때는 북을 치며 춤을 추는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선보여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한빛브라스앙상블은 2003년 출범한 브라스밴드로, 한빛맹학교 초·중·고교생과 이 학교 음악전공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을 포함해 총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활동 지도교사인 최재혁씨는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학력이나 전공, 적성과 상관없이 대부분 안마업에 종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취미 활동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학교 밴드부를 전문적인 브라스밴드로 키워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점자 악보를 읽으면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학생들은 자기가 맡은 파트(악기)만 분리해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 들으면서 악보를 모조리 외운다. 청각이 유난히 발달한 학생들이지만, 자기가 외운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면서 다른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 연주할 때는 저마다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고 지휘자의 지시를 귀로 들으며 소화한다. 최 교사는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까지 평균 두세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곡 한 곡 피땀 흘려 완성한 레퍼토리가 어느새 30여곡에 이르렀다. 오는 8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첫 정기연주회도 갖는다. 최 교사는 “장애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비장애 학생들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장애 학생 동아리들이 끼와 재능을 발휘할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사진 서울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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