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 가구 소득과 의료비 비교
진료비 비장애인의 3.9배…건강검진 수검률도 40%그쳐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 장애인의 의료 현실은 사실상 ‘방치’라는 말로 요약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낮은 소득과 높은 진료비 부담,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재활을 포기한 채 서서히 저소득 빈곤층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낮은 소득, 높은 진료비=연구결과를 보면, 먼저 많은 장애인들은 소득수준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높은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건강 상태가 나쁜 것은 물론이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전체 인구의 총 진료비는 약 15조3천억원. 이 가운데 장애인의 총 진료비는 1조4천억원이다. 전체 인구 대비 3%의 장애인이 의료비는 전체의 9.2%를 쓰고 있다. 1인당 총 진료비 구성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견줘, 총 진료비가 3.9배나 많은 걸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특히 입원비가 비장애인보다 많았다. 이는 장애인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한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는 현실이 더 큰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외래이용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이 외래를 통한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장애인들이 건강검진이 필요한데도 이를 받고 있지 않거나,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기준으로 볼때, 비장애인의 건강검진 1차 수검률은 48.29%인데, 장애인은 40.90%였다. 건강검진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필요한 것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들은 대체로 소득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임이 확인됐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은 고혈압이며, 다음으로는 당뇨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환자들이 가장 많은 질환은 감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1인당 건강보험
더욱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보장구를 살펴보니 60.6%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장애의 경우 보청기 보유율은 82.9%로 높았으나 성능이 적절한 것은 21.4%에 그쳤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보장구 기준금액 80%까지 보장)으로 보장구를 구입한 비율은 23.5%에 지나지 않았다. 정보 부족으로 이런 지원정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는 이는 단 10.4%에 그쳐 그 심각성을 더했다. 1년에 1회 이상 정기진료를 받는 비율도 전체의 33.9%에 불과했다. 공식 통계상 2003년 말 국내 장애인은 146만여명. 이 가운데 지체·뇌병변·시각·청각장애자가 전체 장애인의 82.5%에 이른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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