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에서 3분으로.’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엘리베이터가 생겨 환승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한테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구주’만큼이나 반가운 존재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김진수(65)씨도 이 역에서 환승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김씨는 “이 역은 특히 계단이 많고 (휠체어) 리프트가 회전하는 구간도 있어 많이 위험했다”며 “엘리베이터 설치로 훨씬 더 안전해지고 오고 가는 시간이 단축돼 기쁘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3시 인파로 북적대는 이 역사 4호선과 5호선 환승 통로에서 열린 ‘기쁘다 엘리베이터 오셨네’ 행사가 열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에 발표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이동권 선언)과, 그 선언의 대표적 결과물로서 지난 11월30일 완료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이동권 선언’은 서울시와 장애인단체가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12차례의 논의 과정을 거친 끝에 나왔다. 선언에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시내버스에 저상버스 100% 도입 추진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 안전발판 설치와 역사 내 점자블록 설치 등 장애인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개선안이 담겼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시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37개 역사 중에서 14개 역은 2017년까지, 23개 역은 2022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해 서울시의 ‘이동권 선언’이 나오기까지 꼬박 15년이 걸렸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 이후 15년간 많은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외쳐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문애린 활동가는 “시민들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이것이 장애인들이 노력해서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광희 활동가는 장애인 이동권 확대가 결국엔 비장애인들의 권리까지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이동권 선언의 가장 큰 가치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모든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데 있다”며 “무거운 짐을 든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 다리가 편찮으신 어르신 등 계단과 씨름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 앞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축하하며 역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떡을 나눠주고,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30여명은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시승식을 하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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