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 이용곤란
번호저장은 ‘그림의 떡’
“시각장애인은 휴대폰 부가기능을 쓸 방법이 없나요?”
시각장애인 김경호(34)씨는 비장애인들이 휴대폰 부가기능을 쓰는 것이 부럽기 짝이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휴대폰이 없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저장, 벨소리 내려받기, 인터넷 서비스 등이 김씨에겐 모두 다른 세상 이야기다.
전용 휴대폰을 출시해 달라는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우리나라 휴대폰에는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티티에스(TTS: 텍스트 투 스피치) 기능이 없거나, 있어도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티티에스 기능이 있는 국산 휴대폰은 여러 종이 나와 있지만, 애초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운전 중 사용을 쉽게 하기 위해 나온 것들이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를 읽어주지만 메뉴를 읽어주는 기능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쓰기에는 기능이 크게 못미친다.
시각장애인 조기엽씨는 “시각장애인들은 여러 가지로 도움받을 일이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들보다 오히려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다”며 “시각장애인들은 전화번호부를 일일이 외워 써야 하고 금융기관 결제 등의 문자메시지를 읽을 수 없어, 특히 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각장애인은 모두 16만여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4만명 가량이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폰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한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능을 점점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따로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을 만들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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