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극한 마라톤 달린다”
항상 죽음이 코앞에 있었다. 섭씨 50도를 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사하라 사막을 6박7일 동안 뛰어야 했다. 더구나 그는 앞이 안 보이는 1급 시각장애인. 그는 함께 뛴 한국인 참가자 13명이 번갈아 잡아준 1m짜리 ‘생명줄’에 의지해 250㎞의 사막 길을 끝까지 달렸다.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사막마라톤대회에 출전, 69시간 2분으로 전세계 33개국에서 온 106명의 ‘철인’ 가운데 71등을 차지하며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유일한 시각장애인으로 기록된 송경태(44)씨의 이야기다. 체력을 자랑하는 일반 마라톤 동호인조차 출전하는 것을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지옥의 레이스’ 사하라 마라톤에 출전한 송씨는 대회 기간 동안 4차례나 탈진해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옆에서 지켜 본 다른 참가자들은 송씨의 무서운 투지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대회에 자원봉사하기 위해 함께 이집트에 온 아들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군 복무시절 수류탄 폭발사고로 시각을 완전히 잃은 송씨에게 사하라 완주는 그가 계획하고 있는 험난한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의 초인간적 의지는 이미 아메리카 대륙 도보횡단과 캐나다 로키산맥의 거벽 등반, 목포-판문점 통일염원 도보횡단을 통해서 입증됐다. 송씨는 앞으로 사하라 사막마라톤,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칠레 아카타마 고원 마라톤, 남극 마라톤 등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을 모두 정복하는 그랜드 슬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사하라 완주로 이제 3개가 남은 셈이다. 송씨는 자신이 각종 대회 등에서 받은 상금과 포상금 2000만원을 종자돈으로 전주에 시각장애인 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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