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닮은 가족사랑 상 받았어요” 고은이네
“오뚝이 닮은 가족사랑 상 받았어요”
서울 노원구 지하철 마들역 앞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하는 원영학(49·지체장애 2급)씨와 이영애(43·지체장애 4급)씨 부부는 날이 저물면 서둘러 좌판을 정리한다. 혼자 집에 있는 딸 고은(14·뇌성마비 1급)양이 걱정되어서다. 고은이네는 식구 세 명이 모두 장애인이다.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지원금인 월 60여만 원과 붕어빵 장사로 버는 돈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간다. 그나마 붕어빵 장사도 찬바람이 불 때나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일거리가 없어 지원금만으로 산다.
고은이는 혼자서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들도 다리가 불편한 원씨 부부는 매일 번갈아 가면서 고은이를 집과 학교, 복지관에 데려다 주고 있다. 형편이 그렇다보니, 가족여행은 생각지도 못하고 셋이 함께 나들이 가는 일조차 드물다. 주변사람들은 이들의 형편이 하도 딱하다보니 ‘살기도 힘든데 고은이를 보호시설로 보내라’고 권유하지만, 원씨 부부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고은이를 낳았을 때는 사실 원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고은이 보다 더 딱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남들보다 많이 느리지만, 말을 배우고 글을 익히는 고은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고은이네가 어려워도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고은이네는 4일 뜻밖의 상을 받게 됐다. 고은이네는 4일 서울 노원구 상계마들근린공원에서 열린 한국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잔치마당인 오뚜기 축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원씨 부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며, “고은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돼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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