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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오거돈 장관 “저는 장애인”고백 글…인터넷 ‘감동’

등록 2005-09-27 17:02수정 2005-09-27 19:02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한겨레>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한겨레>
누리꾼들 “장애 놀린 이상배의원 제명시켜야”
“장애인이면 누굴 떠올리십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스스로 말더듬이 장애인이라고 밝힌 인터넷 글이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가 된 오 장관의 글은 지난 4월19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해양수산부 홈페이지(www.momaf.go.kr) ‘자유게시판’과 자신의 홈페이지(www.okbusan.org)에 올린 ‘가족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글이다.

오 장관의 지난 글이 새로이 화제가 된 데에는 국정감사장에서 말을 더듬는 오 장관에게 인신모독성 발언을 한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상배 의원은 지난 23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에서 말을 더듬는 오 장관을 겨냥해 “장관이 답변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은 (질의시간에서) 빼주세요”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의원은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놓고 ‘등신외교’라고 비하한 바 있다. 당시 <연합뉴스>가 보도한 ‘모택동을 존경해서 그래요? 장관에 막말’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상배 의원 “장관 느릿느릿 답변 빼주세요”

이상배 의원은 해양부 청사가 충정로에서 계동으로 이전한 경위를 설명하는 오 장관이 “그…그…당시에…”라고 말을 더듬자, 김광원 위원장을 향해 “장관이 답변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은 (질의시간에서) 빼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순간 의원들로부터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의원은 오 장관에게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개념에 대해 답하라고 요구한 뒤 오 장관이 말을 더듬으며 느린 속도로 답변하자 “블루오션은 신시장 개척, 레드오션은 경쟁시장이라고 해야지 뭐 우물우물 말이야. 이거 (질의)시간 빼줘야 합니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다시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신항의 명칭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부산항이 건설됐으면 새로 지었다고 홍보를 해야지…왜 안해. 왜 이름 안지어”라거나 오 장관을 향해 “당신이…”라며 연거푸 반말을 했다.

특히 이 의원은 어업정책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중국…중국한테는 서해어장 다 내주고 동해어장까지 진출해 있어. 거 저저저 모택동을 존경해서 그렇습니까. 왜 그래”라고 흉내를 낸 뒤 “여러 의원들의 눈치가 보여서 더 질의를 못하겠다”면서 질의를 끝냈다. 이 의원이 마오쩌둥까지 거론한 데 대해 해양부 관계자들은 “이 의원의 질의가 도를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장관 “내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이상배 의원이 오 장관의 ‘장애’를 이유로 모욕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오 장관을 응원하고, 이 의원을 제명하라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오 장관이 지난 4월 장애인의날에 올린 인터넷 글도 화제가 된 것이다.

오 장관은 ‘가족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편지글에서 “장애인이면 누굴 떠올리십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오 장관은 “물론 장애 축에도 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실 분들도 있습니다만 의외로 말을 더듬는 사람들은 사람 대하는 게 두려울 때가 많다”며 “‘군대 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업무보고는 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더듬게 되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오 장관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저는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반려자로 맞았고, 지금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었다”며 “얼마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말더듬는 여대생이 해양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 방송을 보고 말더듬이도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글을 보고 참 기뻤다”고 말했다.

“거짓말 또박또박 말하는 국회의원이 오히려 흉”
이 의원 제명 네티즌 청원, 하룻 만에 5000명 넘어

누리꾼들은 오 장관의 글을 카페와 블로그 등에 퍼나르며 감동을 나누고 있다. 오 장관의 홈페이지(www.okbusan.org)는 물론 미니홈피(cyworld.com/okbabe)에는 격려 글이 폭주하고 있다. 방명록에는 같은 처지의 말더듬이들이 말못할 가슴앓이를 털어놓고, 오 장관을 응원하는 댓글로 넘쳐난다.

“이상배 의원의 비아냥은 그냥 웃으며 무시해주는 센스!~ 장관님 힘내세요! 화이팅~”(미니홈피 ‘OK 오거돈’)

“저도 장관님처럼 말을 더듬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치과의사가 되었습니다. 장관님 같은 훌륭하신 분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김경묵)

“장관님 화이팅입니다. 인간의 눈에만 보이는 장애를 판단하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잘난체함을 안타깝게 느낍니다.”(김정훈)

“말 더듬는 게 무슨 흉이라고. 거짓말할 때도 더듬지 않고 서슴없이 또박또박 말하는 국회 의원들이 우리나라의 큰 흉이죠. 장관님은 진실만을 말하시고, 그 말을 할 때에 더듬거리지만 누구보다 또박또박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s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청원에는 26일 ‘장애 장관 모욕한 이상배 의원 제명하라’는 누리꾼의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50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 의원 제명발의를 처음 제안한 ‘가난한마음’은 ‘주성영보다 더 나쁜 이상배’라는 글에서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근본적 예의가 없다”며 “<말아톤>의 배형진이니 수영의 김진호니 이런 사람들 이야기에 눈물짓고 환호하던 인간들이 이상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고 흥분했다.

“저질 국회의원 뽑은 업보다. 소환하자”

반면, 오 장관의 장애를 비아냥거린 이상배 의원에게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2천여건의 비난글이 폭주했다. 이상배 의원의 홈페이지(www.sblee.or.kr)는 며칠째 열리지 않고 있다.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자기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네이버 ‘chaste9’), “한탄 스럽다. 저런 국회의원을 뽑았으니 다 우리의 업보다.”(youshin777), “이상배가 누구요? 이상한 배 탄 사람인가요? 참 이 나라의 국회의원 수준이 그 정도라면 국회가 필요없다. 혹 이 보도가 잘못된 오보이기를 바랄 뿐입니다.”(nwm43), “하루 빨리 국민소환제를 만들어 저질 국회의원을 솎아 내야 한다.”(dengking)

오 장관 장애극복 위해 전문가수준 성악실력 갖춘 노력파
이상배 의원 “상처 받은 분들 있다면 마음 풀어주시길”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오 장관은 이를 극복하려고 주변의 권유를 받고 학창시절부터 성악을 배워 지금은 전문성악가 수준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도 화제가 되었다.

오 장관은 장관 취임뒤 한 인터뷰에서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말더듬이었는데 노래를 하면 전혀 더듬지 않았다”며 “혼자 있을 때마다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홈페이지와 미니홈피에 가면 그가 직접 부른 가곡과 가요, 추억의 팝송을 들을 수 있다.

이상배 의원은 27일 오후 홈페이지에 “본의가 아닌 오해가 있었다”며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오해를 푸시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상배 의원은 27일 오후 홈페이지에 “본의가 아닌 오해가 있었다”며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오해를 푸시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이상배 의원은 2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모독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며 “질의시간이 15분 밖에 없어 답변듣다 시간 다 소요될 수 있어 채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모택동 운운한 보도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존경한다 하여 장관이 중국과의 협상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뜻이었다”며 “이 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너그러이 마음을 풀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27일 오후 홈페이지에 올려 공식 사과했다.

오 장관은 “착잡할 뿐이다”면서 “결함있는 사람에 대해 따뜻히 대해주는 세상의 정이 살아있다는 확인도 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도 든다”도 밝혔다. 아래는 오 장관이 지난 4월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물질적 혜택보다 가슴 아픈 것은 차별입니다”

어떤 이야기로 여러분과 저의 첫편지를 시작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득 신문을 보고 내일이 ‘장애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장애인이면 누굴 떠올리십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 물론 장애 축에도 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실 분들도 있습니다만 의외로 말을 더듬는 사람들은 사람 대하는 게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군대 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업무보고는 잘할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더듬게 되더군요. 어려움은 있었지만 저는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반려자로 맞았고, 지금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말더듬는 여대생이 해양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 방송을 보고 말더듬이도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글을 보고 참 기뻤습니다.

사랑하는 해양수산부 가족 여러분!

장애인에 대한 복지문제는 우리사회가, 참여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물질적 혜택보다 그들을 더 가슴에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차별입니다. 차별의 눈초리에 그들은 더욱 위축되며 더 많은 소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개개인, 우리 조직의 장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우리조직은 어떤 장애가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 장애는 ‘소통의 장애’입니다.

소통 없는 조직은 조직원들 간에 단절로 인해 ‘합리’는 사라지고 ‘독단’과 ‘차별’이 지배하게 됩니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은 갈등의 합리적 해결이 쉽습니다. 그것이 곧 조직의 힘이 됩니다.

소통의 장애는 무엇으로 극복해야 합니까? 그것은 더 많은 소통, 새로운 소통의 구조를 통해서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내용과 형식은 여러분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감의 장애입니다.

요즘은 뚱뚱한 것도, 키가 작은 것도, 눈이 작은 것도, 얼굴 못생긴 것도 장애로 여기는 사고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너무나 자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는 자신감 상실로 인한 인명사고를 보면서 ‘자신감’ 상실의 위험성을 느낍니다.

우리부는 어떤 자신감이 있습니까? 해양수산부는 무슨 자랑거리가 있습니까? 저는 자신감 회복이야말로 우리부가 바꿔 내야할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부는 21세기를 책임지는 부서입니다. 우리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한국의 21세기는 암울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장관으로서 우리부가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랑하는 해양수산부 가족 여러분!

추운 겨울 꽁꽁 언 찬손을 누군가 잡아주는 느낌을 기억하십니까? 피가 다시 빠르게 흐르면서 느껴지는 소통의 편안함이 넘쳐나는 해양수산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소통의 힘이 21세기 한국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 힘이 해양수산부 곳곳에서 느껴지도록 만들어 봅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처럼 훌륭한 해양수산부를 만들고 지켜온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해양수산부 파이팅!! 해양수산 가족 파이팅!!

2005년 4월 19일 오거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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