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시각장애인 판소리 명고수 조경곤씨
“마음으로 울리는 북소리 들어주세요”
“비록 두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감각으로 울리는 제 북소리를 들어주십시요. 장애인들에게 노력만 한다면 어떤 불가능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정상인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싶고요.”
명창의 입 볼 수는 없지만
목숨걸고 갈고 딱은 감각 절창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자극됐으면” 오는 29일 인천 서구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조경곤 남도판소리 고법 발표회’를 갖는 고수 조경곤(38)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명고수가 될 수 없다는 국악계의 통념을 깼다. 순천 팔마고수 전국경연대회 명고부에서 2003년과 2004년 연거푸 입상했으며, 지난해 서울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법 명고부에서도 입상해 국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는 눈 대신 감각으로 북을 친다.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고수는 없다”고 합니다. 또 ‘1고수 2명창’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만큼 고수가 되는 일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볼 수 없다는 건 고수로서 치명적이죠. 판소리는 악보가 없기 때문에 보통 고수들은 명창들의 입을 보고 장단을 맞추지만 저는 볼 수 없으므로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제에서 태어난 그는 판소리를 몹시 좋아했던 이웃 큰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소리명창들의 판소리 가락을 들으며 자랐다. 부모 몰래 소리명창들을 찾아가거나 용돈을 모아 학원을 다니면서 <심청가> <춘항가> 등을 배웠다. 그러나 나중에 큰아버지가 알고는 “국악은 배고프니까 하지 마라”고 말려 명창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시력 상실은 16살 때 그를 덮쳤다. 합기도를 하다 겨루기 도중에 눈의 망막이 파열되어 6차례 수술을 했지만 영영 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3년간 세상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방황을 했다. 그러다 단돈 1만5천원을 들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어릴 적 접었던 판소리 고수의 길을 걷기 위해 국내 고법 1인자들을 찾아다녔지만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러다 2002년 판소리 명창의 집에 놀러갔다 운명처럼 스승 이은태(50)씨를 만났다. 3년 동안 찾아다니며 북을 배웠다. 지하철을 타다가 선로에 떨어져 죽을 고비도 숫하게 넘겼다. “북소리를 듣고 옛날의 꿈이 되살아났어요. 그전에도 문화재급 선생들에게 찾아갔는데 ‘너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은태 선생님은 ‘너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고 희망을 주시며 손수 손을 잡아주며 북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는 평소에는 95년 결혼한 장애인 자원봉사자 출신의 아내 최정란(40)씨의 도움을 받아 무게 18㎏짜리 북과 녹음기를 둘러메고 집에서 1km 떨어진 인근 약수터에 올라가 연습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북을 쳤다. 꿈속에서도 북채를 놓지 않았다. “묵묵히 저의 손을 잡아주는 아내와 아들 성원(10·봉수초등3) 딸 성민(6)이에게 아빠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29일 열리는 발표회에서 그는 92년 남원 전국판소리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이난초(남원시립국악단) 명창이 부르는 판소리 <심청가>와 <흥보가>의 주요 눈대목의 장단에 맞춰 1시간 동안 갈고닦은 북 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종민 동국대 교수가 특별히 출연해 사회와 해설을 맡고 ‘추풍령’ ‘고향의 강’의 가수 남상규씨가 축가를 부른다. (032)566-4829.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목숨걸고 갈고 딱은 감각 절창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자극됐으면” 오는 29일 인천 서구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조경곤 남도판소리 고법 발표회’를 갖는 고수 조경곤(38)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명고수가 될 수 없다는 국악계의 통념을 깼다. 순천 팔마고수 전국경연대회 명고부에서 2003년과 2004년 연거푸 입상했으며, 지난해 서울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법 명고부에서도 입상해 국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는 눈 대신 감각으로 북을 친다.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고수는 없다”고 합니다. 또 ‘1고수 2명창’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만큼 고수가 되는 일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볼 수 없다는 건 고수로서 치명적이죠. 판소리는 악보가 없기 때문에 보통 고수들은 명창들의 입을 보고 장단을 맞추지만 저는 볼 수 없으므로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제에서 태어난 그는 판소리를 몹시 좋아했던 이웃 큰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소리명창들의 판소리 가락을 들으며 자랐다. 부모 몰래 소리명창들을 찾아가거나 용돈을 모아 학원을 다니면서 <심청가> <춘항가> 등을 배웠다. 그러나 나중에 큰아버지가 알고는 “국악은 배고프니까 하지 마라”고 말려 명창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시력 상실은 16살 때 그를 덮쳤다. 합기도를 하다 겨루기 도중에 눈의 망막이 파열되어 6차례 수술을 했지만 영영 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3년간 세상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방황을 했다. 그러다 단돈 1만5천원을 들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어릴 적 접었던 판소리 고수의 길을 걷기 위해 국내 고법 1인자들을 찾아다녔지만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러다 2002년 판소리 명창의 집에 놀러갔다 운명처럼 스승 이은태(50)씨를 만났다. 3년 동안 찾아다니며 북을 배웠다. 지하철을 타다가 선로에 떨어져 죽을 고비도 숫하게 넘겼다. “북소리를 듣고 옛날의 꿈이 되살아났어요. 그전에도 문화재급 선생들에게 찾아갔는데 ‘너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은태 선생님은 ‘너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고 희망을 주시며 손수 손을 잡아주며 북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는 평소에는 95년 결혼한 장애인 자원봉사자 출신의 아내 최정란(40)씨의 도움을 받아 무게 18㎏짜리 북과 녹음기를 둘러메고 집에서 1km 떨어진 인근 약수터에 올라가 연습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북을 쳤다. 꿈속에서도 북채를 놓지 않았다. “묵묵히 저의 손을 잡아주는 아내와 아들 성원(10·봉수초등3) 딸 성민(6)이에게 아빠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29일 열리는 발표회에서 그는 92년 남원 전국판소리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이난초(남원시립국악단) 명창이 부르는 판소리 <심청가>와 <흥보가>의 주요 눈대목의 장단에 맞춰 1시간 동안 갈고닦은 북 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종민 동국대 교수가 특별히 출연해 사회와 해설을 맡고 ‘추풍령’ ‘고향의 강’의 가수 남상규씨가 축가를 부른다. (032)566-4829.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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