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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두발로만 운전 ‘족동차’ 전시용?

등록 2005-09-15 19:12수정 2005-09-15 19:16

“도로주행 연습하게 해주세요.” 양팔장애인 김진주(맨 왼쪽)씨가 15일 발로 운전할 수 있는 ‘족동차’로 도로주행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장애인 자가운전권 확보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대표 안형진) 회원들과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가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도로주행 연습하게 해주세요.” 양팔장애인 김진주(맨 왼쪽)씨가 15일 발로 운전할 수 있는 ‘족동차’로 도로주행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장애인 자가운전권 확보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대표 안형진) 회원들과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가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들 주행시험 신청 “위험하다” 거절 도입땐 구청에서 “국내최초” 대대적 선전

전국에서 송파구 운전연습장에 딱 1대

“움직일 수 있는 두 다리마저 묶지 마세요.”

양팔을 쓸 수 없는 장애인 김진주(34·뇌병변 지체2급)씨는 지난해 7월 운전면허 기능시험에 통과했다. 김씨는 이를 위해 서울 노원구 집에서 지하철로 1시간30분이나 걸리는 송파구 장애인 운전연습장까지 꼬박 한 달을 오갔다. 김씨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것은 두 발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족동차’가 전국을 통틀어 단 한곳, 송파구 연습장에 딱 1대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흘린 땀은 지난 7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기능시험을 통과한 뒤 1년 안에 도로주행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학과시험부터 다시 치러야 하는데, 송파구에서 도로주행 교육은 사고 위험이 있어 시켜줄 수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립재활원을 찾아가 주행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국립재활원 쪽에서는 족동차가 없으니 송파구에서 족동차를 빌려오면 교육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송파구 연습장으로 되돌아가 족동차를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송파구는 “한 대밖에 없는 차를 빌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제한 기간 안에 교육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양팔 장애인 운전교육을 위해 족동차를 마련해 놓고도 사고 위험 때문에 주행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주행교육을 거절한 송파구 장애인 무료 연습장은 4월 송파구청이 ‘국내 최초 족동차 첫 수업’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홍보했던 시설이다. 당시 송파구청은 “양팔 장애인을 위한 족동차 운전 강습도 거주지 제한 없이 전액 무료로 실시한다”고 널리 선전했다. 하지만 주행교육에 관한 계획은 세우지 않아 실질적인 운전면허 취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쪽짜리 교육’이란 점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원래 이 제도의 취지는 장애인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송파구청 쪽은 무료 운전연습장이 구청 차원에서는 운영하기가 어려워 서울시로부터 연간 1억3천여만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송파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도로주행 교육을 하려면 차를 추가로 들여오고, 교사도 새로 채용해야 하는데 지금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송파구의 고유 업무도 아닌데 타지 장애인들을 위해서 송파구민들의 세금까지 쏟아 사업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자가운전권 확보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대표 안형진)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송파구가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도 주행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실천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송파구청 사회복지 관계자를 만나 김씨에게 주행교육을 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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