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시각장애 부모를 둔 경란(7)이가 서울 강남구 수서동 집으로 가정학습 지도를 나온 윤지혜(25)선생님과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경란이가 윤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 뒤 한글쓰기와 숫자세기에 제법 익숙해지자 아버지 김상용(44)씨는 경란이 교육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볼 수 없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이웃이나 친척에게서 여러가지로 도움을 받지만 가장 아쉬운 건 아이들 교육문제다. 그래서 김씨 부부는 지난 8월 말부터 서울 수서동 집을 직접 방문해 막내딸 경란이를 가르치는 윤선생님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받침 없는 글자만 겨우 읽었는데, 이젠 받침 있는 것도 잘 읽고 쓰는 것 같아요.”
이렇게 경란이가 윤선생님을 만나 같이 공부를 하게 된 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여성시각장애인 가정 학습도우미 사업때문이다. 이 사업은 어머니가 시각장애가 있는 수도권 가정의 4세부터 12세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도우미로 나선 윤씨는 “경란이가 성격이 밝아 잘 따른다.”며 “대학원을 마친 뒤 청소년·노인 상담일을 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 구미영 사회복지사는 “학습지도와 상담을 함께 해 반응이 좋다.”며 “올해 사업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와 내년에도 정부지원을 통해 사업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선생님 손을 잡고 숫자를 세며 50까지도 너끈히 셀 수 있다.
예전 큰언니 보라(13)에게서 한글과 산수를 배울 때 가끔 투정을 부리던 경란이도 윤선생님과 공부할 땐 언제나 열심이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큰 언니 보라, 아버지 김상용, 어머니 박광순, 작은 언니 경민./ 사진기자가 가족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해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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