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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성폭행당한 장애인 ‘보호시설’이 없다

등록 2005-08-28 20:12수정 2005-08-29 08:37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 가해자 유형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 가해자 유형
장애인 성폭행신고 한해 100건
전용쉼터 정원 겨우 20명

초등학교 6학년 ㄱ아무개(12)양은 지난 6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집 남성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 ㄱ양은 제대로 저항도 못했다. ㄱ양은 비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쉼터에 들어갔지만, 2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비장애인 피해자들이 ㄱ양과 함께 있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동일을 하는 ㄱ양의 아버지는 딸을 곁에서 돌볼 수 없었고, ㄱ양은 집 근처에서 두차례나 더 성폭행을 당했다.

정신지체 장애로 말을 잘 못하는 ㅇ아무개(30)씨는 지난해 6월부터 넉달 동안 동네 호프집 주인 등 주변 남성들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호프집 주인이 ㅇ씨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마구 때리는 등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것이다. ㅇ씨의 어머니 ㅂ아무개(56)씨는 지난 5월 그를 경찰에 고소해 대질조사까지 받았는데, 사건 처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호프집 주인은 ㅂ씨를 협박했고, 결국 ㅂ씨는 딸과 함께 집을 옮겼다. ㅂ씨는 “비장애인 쉼터에서는 딸이 적응할 수 없다”며 “생업보다 딸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어서 친정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되는 장애인 여성의 성폭력 피해는 한해 평균 100여건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여성 장애인 성폭력상담소는 1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장애인 성폭력 신고율이 2%대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여성 장애인 성폭력 현황과 대책’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발생한 여성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가운데 40%가 이웃 남성으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나 남자 형제로부터 당한 피해도 9%에 이르렀다. 성폭력 횟수도 한두 차례로 끝나지 않고 많게는 수십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주변 사람이 범인, 거주지 못바꿔 또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쉼터서 2주만에 내몰린 12살 장애 초등생 집근처서 두차례 또 당해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은 서울 2곳, 부산 1곳, 광주 1곳 등 전국에 4곳뿐이다. 쉼터에는 규정상 한 곳당 10명의 피해자들만 입소할 수 있어 기껏해야 40명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 5일 문을 연 광주광역시에는 아직 시설이 덜 갖춰져 1명만 보호중이다.

민병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은 “우리 쪽에 직접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는 쉼터에서 보호할 수 있지만, 비장애인 상담소 등을 통해 입소를 희망하는 피해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입소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쉼터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장 9개월로 짧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성 장애인 피해자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기 때문에, 이들이 퇴소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성폭력을 당할 위험이 크다. 방영희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쉼터 원장은 “피해자들이 퇴소 뒤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쉼터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장애인 성폭력쉼터를 지을 때 건축비와 운영비를 지원하지만, 민간에서는 애초 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재정이 부족해 전액 국고지원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지난해 4월 복권기금을 성폭력 피해여성 보호에도 사용할 수 있게 돼 재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룹홈’(공동생활 가정)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병윤 부장은 “여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4~10명 단위로 그룹홈과 같은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장기적인 생활 교육과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이영경 인턴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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