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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아의 부모로 살기는 끝없는 투쟁”

등록 2005-08-21 14:39수정 2005-08-21 17:26

장애를 가진 아이와 엄마가 함께 평균대 건너기 놀이를 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에게 신체적 균형감을 키워준다. 임종진 기자
장애를 가진 아이와 엄마가 함께 평균대 건너기 놀이를 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에게 신체적 균형감을 키워준다. 임종진 기자
장애아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건 끝없는 투쟁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 학부모가 되면 그 투쟁의 강도는 더 높아진다. 아이를 데리고 한번 외출이라도 하려면 ‘재수 없다’는 편견어린 시선들과 싸워야 하고, 장애인용 경사로 공사를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 두 장애아동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양정숙(39)씨의 말처럼 ‘싸움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소리 높여 요구하지 않으면 길 하나 건너기도, 계단 하나 오르기도 힘들거든요.”

섬뜩한 뉴스들도 견뎌내야 한다. 학급 담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업보조원이 지체장애아를 너무 운다며 사물함에 가뒀다는 기사나 어느 지체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 핸드레일과 발판 사이에 끼여 끝내 숨졌다는 소식 등을 접할 때마다 아이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이다. 비장애아의 부모가 ‘학부모’라는 명찰을 달게 될 기대감에 차 아이의 진학을 꿈꾸는 동안에도, 장애아의 부모는 아이를 받아줄 학교를 찾아 몇 개월을 헤매거나 아예 진학을 1~2년 미뤄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어우러짐 긍정적…교사 따라 편차 커

간신히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통합학급에 진학을 하더라도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은 이어진다. 특히 통합학급에의 진학은 장애학생의 사회적응력 향상은 물론 비장애학생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걸어볼 만한 교육법이나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구태의연한’ 방해물들이 놓여있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급들이 장애인과 어우러질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신지체아를 둔 학부모는 “1학년 땐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학교 가는 걸 좋아했는데, 2~3학년 되서는 선생님을 잘못 만났는지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하소연한다. 반 친구들이 ‘병신’이나 ‘바보’ 취급을 하기 예사이고 담임교사조차 돌발 상황이 생기면 때려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자신들이 먹기 싫은 반찬을 모아와 아이에게 먹으라며 괴롭힌 적도 있다.


일부 교사들, 헌신 혹은 방치…특수교육 연수 확대해야

‘너랑 한 팀이 되면 중요한 시합에서 지니까’ 등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놀이에 끼워주지 않으려 하거나 심부름을 시켜놓고 ‘특수학급에서 물건 사는 법 배웠다길래 복습시켜 준 것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구는 ‘지능적인 괴롭힘’도 있다. 이때 특수교육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담임교사는 어쩔 줄 몰라하거나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내용 역시 허술해 발달장애를 가진 고등학생에게 하루 종일 유치원 수준의 선긋기나 색칠공부를 하도록 지도한 경우도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의 ‘룰루’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단순히 어느 학교가 좋다더라는 소문만 믿고 찾아가는 것도 위험하다. 매년 통합 담임과의 만남은 부모들에겐 큰 숙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에서도 담임교사를 잘못 만날 가능성이 있고, 가족들도 언제까지 철새처럼 좋다는 곳만 찾아다닐 수만은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한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은 오늘도 고단하고 분주하다.

하정민 인턴기자 foolosophy@hanmail.net

통합학급 운영의 걸림돌은?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발표 이후 교육계가 시끌시끌한 한편, 교육계의 또 다른 ‘통합’ 문제가 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같은 학급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통합교육이 그것이다. 이는 “일반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그의 보호자 등이 통합교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특수교육방법의 확장 제15조1항)”고 특수교육진흥법 제3장에 명시돼 있다. 즉 법으로 보장된 장애인의 교육권이다. 그러나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부족과 편의시설에 대한 지원부족으로 교육의 질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합교육을 두고 좀처럼 거두지 않는 편견 어린 시선이다. ‘장애아동부모의 연대와 희망’ 모임 운영자 박인용(39)씨는 “작년 천안 지역 초등학교에서 한 장애학생이 교사의 무관심 아래 완전 방치돼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고, 학부모들이 학교 이미지 망친다며 나가라고 협박해 결국 쫓기다시피 학교를 관둬야 했다”고 전한다. 장애인에 대한 전근대적인 편견이 교육현장에서는 아직도 빈번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의 걸림돌 중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통합학급을 맡고 있는 교사들의 ‘자질’이다. 장애학생의 안전문제나 반 친구들과의 갈등 등 통합교육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준비된 교사’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7월19일 내놓은 <2005 특수교육실태조사서>를 보면, 전일제 통합학급을 맡고 있는 유치원, 초중고 2만3529개 학급 중 7.9%인 1879개 학급만이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 및 60시간 이상 연수자’가 맡고 있다. 전체의 90%가 넘는 2만1650개 학급은 교사 임의대로의 주먹구구식 학급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교육받지 못한 교사도 문제…연수 신청 늘어 희망적

통합교육실현시민연대와 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이 2004 통합교육기반 마련을 위한 장애아동교육지원예산 전액 삭감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측에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통합교육실현시민연대와 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이 2004 통합교육기반 마련을 위한 장애아동교육지원예산 전액 삭감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측에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실제로 특수교사 자격증을 갖추지 못했거나 연수를 받지 않은 교사들은 통합학급을 맡는 것에 대해 두려움에 가까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 ㅇ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통합학급을 대하는 교사 입장이 ‘완전 헌신’과 ‘쩔쩔맴’의 양극단으로 갈려있다”며 “장애학생이 돌발 행동시 교실에서 추방하는 식의 ‘방치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 역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1년 동안 아이와 부모의 삶이 결판나기 때문에 학년 초가 되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특수교육 연수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립특수교육원 연수과 이갑용 팀장은 “연수 인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올해 4월께 사이버연수가 시작돼 이수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현장에 부족한 연수 이수자가 획기적으로 늘진 않겠지만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전한다.

정부 지원 전무…교육청 따라 들쑥날쑥

편의시설이나 보조 인력에 대한 지원 부족 역시 통합학급의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 교육인적자원부 특수교육정책과 권택환씨는 “편의시설이나 인력을 새로 갖추려할 때 정부 지원은 없고 복권 수익금을 ‘땡겨’쓰거나 시도교육청 사정에 맞춰 운영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각 교육청에 확인해본 결과 “지원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경우부터 교육청이 교내 승강기 설치에 직접 나서는 경우까지 있어 통합학급에 대한 지원은 들쑥날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될 실효성 있는 규정들이 필요하다”며 “학급을 지원할 보조 인력과 별도의 교육매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진정한 의미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새 교육과정의 틀을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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