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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배드민턴으로 소아마비·외팔 이겨낸 조준성 화순위탁영농 대표

등록 2005-08-11 18:56수정 2005-08-11 18:58

조준성 화순위탁영농 대표 “배드민턴공에 장애 실어 보냈죠”
조준성 화순위탁영농 대표 “배드민턴공에 장애 실어 보냈죠”
“배드민턴공에 장애 실어 보냈죠”
“배드민턴을 치면서 정신적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전남 화순의 ‘화순위탁영농’ 조준성(44) 대표는 장애인이다.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설상가상으로 10살 때 집 정미소에서 놀다가 벨트에 끼어 오른팔을 잃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중3 때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영세업체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월급을 받지 못하자 5개월여 만에 귀향했다.

무일푼으로 농업경영자 성공
그래도 대인기피증 안 줄어
어느날 만난 배드민턴 덕에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세상 보는 눈이 새로 뜨였다

남의 논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경운기가 필요했지만 땅 한마지기 없어 융자를 얻기조차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코흘리개 동생과 조카들이 딸린 장애인에게 누가 빚을 주겠느냐”고 회고했다. 조씨는 이웃 양영진(60)씨가 선뜻 6마지기 논의 명의를 이전해 주고 융자를 받게 해줬던 것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 옆 마을에 살던 최진화(39)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는 농민회에 가입해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사 달인’이 된 조씨는 1991년 ‘화순위탁영농’을 설립했다. 지금은 600여명한테서 논·밭 70만여평을 위탁받아 농사를 대신 지어주고 있다. 1996년 경영이 어렵게 되자 직접 아내와 함께 재배한 방울토마토·고추 등을 1t 화물차에 싣고 서울이나 부산에 가서 판 뒤 새벽에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 유통을 알게 돼 ‘화순위탁화물’이라는 운수회사를 차려 지금은 1~25t 화물차 11대를 두고 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대인 기피증 때문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조씨는 “예식장에 가서도 옆 사람이 장애인을 불편해할 것이라고 지레 생각해 혼자 밥을 먹었을 정도”로 외부세계와 벽을 쌓고 살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폭음한 결과 건강까지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이 때 배드민턴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2002년 10월께 초등학교 동창생에 끌려 중앙배드민턴클럽 회원이 운동하는 화순초등학교에 갔다. 회원들이 친절히 맞아줬지만, 어쩐지 서먹서먹했다. 그가 회원 가입을 포기하려고 하자, 그 친구가 ‘15점 내기 시합에서 한점만 얻으면 포기하라’고 제안했다. 이 시합에 졌던 조씨는 오기가 생겨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 팔이 없어 무리하게 수비나 공격을 하면 넘어지기도 했지만, 점차 배드민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내도 이 동호회에 가입해, 밤 10시에라도 꼭 코트장에 나갔다.

조씨는 회원 가입 1년여 만에 동호회 회장이 됐다. 지난해 12월 2억7천만원의 개인 돈을 들여 화순읍 600여평에 130평짜리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을 지어 개관했다. 지난 4월 말 전남 장성의 ‘홍길동축제 때’ 생활체육 배드민턴 대회에 복식조로 나가 3위를 차지했다. 그는 “배드민턴 덕분에 건강도 찾고, 세상보는 눈도 새로 떴다”며 “장애인들에게 상대방과 함께 하는 운동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 되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화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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