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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한국방송 제3라디오 ‘윤선아의 노래선물’ 진행자 윤선아씨

등록 2005-07-19 19:07수정 2005-07-19 19:37

120cm 엄지공주…행복은 자랍니다
라디오 진행자 윤선아(26)씨는 별명이 ‘엄지공주’다. 120㎝ 작은 키에 야무지고 밝은 성격과 예쁘장한 외모까지, 마춤하다. 말도 잘하고 싹싹하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낮출 줄 안다. 일마다 감사할 줄 아는 그를 듣고 보는 이들도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엄지공주의 환한 웃음 뒤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아픔이 있다. 어떤 이는 “계란껍데기처럼 뼈가 쉽게 부스러진다”고 했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질병을 갖고 태어났다. 재채기를 하다가도 뼈가 으스러질 만큼 뼈가 약하다. 곧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그에게 일상이다. “항상 깁스를 한 채 누워 있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뛰노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만난 점쟁이는 “열 살 이전에 죽을 거”라고 했단다.

뼈가 계란처럼 부서지는 선천성 ‘골형성부전증’
누워살던 침대서 일어나 음악방송 디제이 나섰다
남편 언니 사랑 키우고 “아이도 낳을 겁니다”

19일 오후 그는 여행 중이었다. 남편 변희철씨와 함께, 고속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강원도 여행 중이란다. 강릉의 시댁을 들러 좋아하는 바닷가도 구경했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밝았다.

대학에선 동양화를 전공했다. 집에서 깁스를 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림 그리기뿐이었기에 선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졸업 뒤, 그는 “작은 키가 조금씩 더 줄어드는 것 같았다.” 꿈을 찾아 떠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이 멍한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그래, 바로 이거야!”하고 시작한 것이 인터넷 방송이었다.

이젠 어릴 적 늘 상 누워있던 그가 아니다. 하루하루가 누구보다 바쁘고 활기차다. 2000년 인터넷 음악방송 디제이 ‘써나’로 활약하기 시작해 남편을 만났고, 2004년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길로 1년4개월째 한국방송 제3라디오 <윤선아의 노래선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엔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희망원정’도 다녀왔다. 비장애인도 오르기 힘든 거친 산길에서 그를 이끈 것은 오로지 희망과 사랑이었다. 평생에 잊지 못할 결혼식도 거기서 올렸다. 히말라야의 붉은 노을 아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부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 어린 눈물을 흘렸다.

3월엔 한국방송 <낭독의 발견>에 나와, 살아온 이야기가 알려졌고, 이를 인연으로 책도 냈다. <나에게는 55㎝ 사랑이 있다>(좋은 생각 펴냄). “남편의 키는 175㎝, 내 키는 겨우 120㎝. 우리는 무려 55㎝나 차이 난다. 하지만 이제 그와 나는 같은 키다. 나에겐 그가 준 55㎝ 길이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 이은 남편의 고백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아내를 만나 사랑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변했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웃음이 많아졌고, 얼굴이 환해졌고 말수가 많아졌고…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고 매일 매일 사는 게 즐거웠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엄지공주의 바람이 지금은 딱 두 가지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제3라디오가 에이엠(AM)이라 음질이 안 좋아 많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하루 종일 라디오를 친구 삼아 지내는 장애인들이 이면지에 사연을 꼬박꼬박 적어 보내도 드릴 수 있는 선물이 적어서 마음이 아프고요….” 또 하나는 아기다. ‘골형성부전증’이 유전질환인 탓에 아기는 생각도 못 했지만, 얼마 전 희망이 생겼다고 수줍게 말했다. “유전자 검사를 거쳐 인공수정을 하면 100%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대요. 비용도 비싸고 많이 힘들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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