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넘긴 중증 장애인 딸 김수덕(앞쪽)와 그녀를 평생 돌봐 온 박태례 할머니가 마당을 보조기구를 이용해 거닐고 있다. 연합
“내가 없으면 한발짝도 못움직이는데…”
“내가 죽으면 누가 이 딸을 보살펴줄까요?”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수인리 박태례(91)씨가 나이와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한결같은 정성으로 장애인 딸 김수덕(71)씨를 돌보는 애틋한 모정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박씨는 70여년 동안 사랑과 헌신으로 왜소증을 앓아 키가 1m를 겨우 넘긴데다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인 딸을 보살펴왔다. 청각장애가 있고 언어능력이 떨어지는데다 겨우 팔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박씨의 손길이 없으면 화장실에 가는 것도, 손과 발을 씻는 것도 어려운 것이 김씨의 상황이다.
박씨는 큰딸인 김씨를 비롯해 7남매를 뒀지만, 모두 생활이 넉넉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다달이 주어지는 생계비와 장애수당 50여만원으로 시난고난 살아왔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이웃들은 지난해 10월 600만원을 모아 이들 모녀에게 7평 남짓한 조립식 주택을 지어주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박씨의 건강마저 나빠져 한숨이 늘었다. 최근 백내장으로 눈이 침침해지고 귀도 제대로 들리지 않으며 허리가 쿡쿡 쑤시고 아파서 숙명처럼 해오던 딸 돌보기가 힘에 부치는 형편이 됐다.
박씨는 “내가 없으면 한걸음도 움직이기 어려운 딸이기 때문에 자나깨나 걱정이다”라며 “내가 오래오래 살아야만 할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씨는 올 겨울 추운 날씨에도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끄고 지내왔다. 식사는 면사무소 자원봉사자들이 배달하는 밑반찬으로 대충 해결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겹친 불행과 역경에도 박씨 모녀는 항상 밝은 얼굴로 이웃을 대하고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긍정적인 태도와 평화스런 마음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들의 표정은 마음씨 좋은 여느 시골 할머니들처럼 후덕하고 편안하다.
이 집을 일주일마다 방문하는 사회복지사 최은미(35)씨는 “생활비를 아낀다며 조립식 주택의 화장실과 목욕탕을 마다하고 연탄 보일러를 때는 옛집을 고집해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며 “눈물어린 어머니의 헌신뿐 아니라 장애에 초연한 듯한 딸의 달관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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