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장애인복지관 휠체어마라톤팀 선수와 관계자들이 15일 노원구 복지관 지하강당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 아래부터 박정훈 문정훈 선수, 유희향 대한장애인육상연맹 전무이사, 백경 최선용 김수민 선수. 서울북부장애인복지관 제공
“장애인올림픽 금메달 따겠다”
노원구 북부장애인복지관 선수 5명으로 출발
노원구 북부장애인복지관 선수 5명으로 출발
“마라톤은 외로운 운동이에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똑같죠. 팀을 이뤄서 서로 의지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지하 강당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마라톤팀인 북부장애인복지관팀 창단식이 열렸다. 선수들은 ‘이제 외롭게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다.
휠체어마라톤은 뒷바퀴 2개, 앞바퀴 1개가 달린 경주용 휠체어를 타고 42.195㎞를 달리는 경기다. 휠체어가 사람 다리 몫을 한다는 것만 빼면 규칙은 거의 같다. 손으로 휠체어를 밀기 때문에 심폐력은 비장애인 마라톤보다 더 필요하다고 한다. 비장애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스포츠에서도 휠체어육상이 기본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그런 인식은 얕다. 경주용 휠체어가 대당 400만원이 넘을 만큼 비싸고, 대회 때마다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비가 많이 든다.
복지관이 첫 마라톤팀을 어렵사리 창단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카드의 도움이 컸다. 삼성카드는 휠체어마라톤팀 창단 첫해인 올해 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삼성카드 사원들이 팀을 짜서 보조 트레이너로 자원봉사를 해주기로 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정작 어려웠던 것은 선수가 부족해 팀 창단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국내 휠체어육상 선수층이 워낙 얇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모집을 했을 때 휠체어마라톤이 있는지도 모르는 장애인 선수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명이 지원해 5명의 선수로 이뤄진 휠체어마라톤팀을 꾸린 것은 기적 같았다.
한국 휠체어육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마라톤팀 창단의 중심에는 문정훈(25) 플레잉코치가 있다. 문씨는 지난 5월 열렸던 제2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 부문 국내 1인자다. 애초 그는 200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 때 휠체어육상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단거리 선수. 그러나 한국 장애인스포츠 쪽에서는 아예 엄두도 못내는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라톤에 도전했고 결국 해냈다. 그는 “마라톤을 하다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온몸이 전율하는 듯한 짜릿함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선수들도 힘을 얻었다. 휠체어마라톤팀 선수인 박정호(32)씨는 “그동안 체계적인 훈련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스폰서까지 있는 팀에 들어온 만큼 더 열심히 해 장애인올림픽 휠체어마라톤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9월에 베를린에서 열리는 휠체어마라톤대회는 이들이 도전할 첫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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