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확보 공대위 회견
불편한 통로에 대해 항의하러 가는 길조차 험난했다.
철도노조·장애인이동권연대·문화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영등포역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8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개선을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낭독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3층의 역장실을 찾았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박영희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는 보도와 건물의 턱 때문에 몇 번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입구엔 공사자재가 가득해 통행이 어려웠다. 박 대표는 “영등포역은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편하고 리프트 고장이 잦아 휠체어 사용자들 사이엔 기피대상”이라며 “영등포역 중앙 입구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공대위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은 민자역사 중 가장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영등포롯데민자역사가 막대한 수입에 비해 편의시설 개선엔 소극적이라는 불만 때문이다. 영등포역에선 3월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갑자기 멈춰 70대 노인이 숨지기도 했다.
영등포롯데민자역사는 230억원을 들여 역사와 백화점 옆에 7개 극장을 갖춘 멀티플렉스 건립공사를 지난달 끝냈다. 하지만 극장 공사와 맞춰 시작된 편의시설 공사는 더디기만 하다. 엘리베이터 6대와 에스컬레이터 7대를 신설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각각 1개씩만 마무리됐고, 5월말 완공예정이던 전철역 플랫폼의 엘리베이터 공사도 앞으로 2~3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 김낙현 철도노조 공공성확보팀장은 “민자역사쪽에서 수익이 나는 극장은 먼저 짓고 편의시설 공사는 뒤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종필 영등포롯데백화점 지원팀장은 “철도공사와 공사비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시간이 길었고, 편의시설 공사를 맡은 업체까지 부도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공사가 늦어졌다”며 “시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공대위가 지적한 사항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해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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