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블록만 가자는 생각으로 완주”
이지선씨 등 장애인 5명 뉴욕마라톤 참가
“인생이 이럴 것 같다고 생각했죠. 너무 먼 결승점을 생각하니까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맨해튼에 들어가기만 하면 포기하자 생각했고 맨해튼에 들어서서는 우리 교회가 있는 곳까지만 가자, 또 그다음엔 몇 블록만 더 가자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너무 멀리 보면서 겁먹지 말고 저처럼 생각하시면 끝이 나오고 이런 기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의 장애인들이 1일(현지 시각) 제40회 뉴욕 마라톤에 참가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뉴욕 시내를 달렸다.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지선(31·사진)씨는 7시간30분만에 최종 결승선에 도착했다. 달리던 도중 교통통제가 풀리고 길이 막혀 옆길로 우회해 공식적인 완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약 40㎞의 거리를 달렸다. 이씨는 이화여대 4학년이던 2000년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지만,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날 마라톤에는 이씨를 비롯한 5명의 장애인이 참가했다. 장애인 복지재단인 푸르메재단의 재활병원 건립기금 모금에 동참하고,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전기고압공사 중 감전사고로 양팔을 잘라낸 지체장애 1급 김황태(32) 씨가 초반 레이스에서 이지선 씨와 함께 달렸고, 망막색소변성 유전인자 때문에 서른이 넘어 시력을 잃은 신현성(48) 씨도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완주에 성공했다. 어릴 적 앓은 열병 때문에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 2급 이수완(40) 씨도 6시간15분여 만에 결승점을 밟았고, 소아마비 탓에 걸을 수 없는 김용기(34) 씨는 휠체어 부문에서 완주했다.
이들의 도전길에는 언론 보도를 보고 많은 한인들이 도로변에 나와 박수와 격려를 보내줬고 피켓을 써서 들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해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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