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이지선(31), 신현성(48·시각장애 1급), 김용기(34·지체장애 1급).
뉴욕마라톤 뛰는 ‘5명의 장애인’
‘달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였던 김용기(34·지체장애 1급·아래)씨는 항상 달리는 느낌이 궁금했다. 두 발로 달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러다 2004년, 홍성만 선수가 장애인 올림픽에서 휠체어를 타고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달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마침 건강검진 결과로 ‘운동부족’이 나왔다. 김씨는 이때부터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김씨는 2006년부터 발이 아닌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밀며 달리기에 도전했다. 짜릿짜릿했다. 발을 쓰지 못하는 김씨와 같은 장애인은 휠체어에 앉으면 항상 가슴 쪽이 눌려 있다. 비장애인에 비해 두세 배로 숨이 찬다. 마라톤 풀코스를 뛸 때면 35㎞ 지점에서 숨이 차 죽을 것만 같다. “여기서 무너지면 인생을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에 숨을 몰아쉬고 다시 뜁니다.” 세계 최대 시민대회…이지선씨도 합류
푸르메재단 재활병원 기금 마련 나서 그런 투지 덕분에 그는 마라톤 도전 2년째에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3위에 올랐고, 전국체전 100m 달리기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달린다는 게 이렇게 시원하다니.’ 31살 때부터 눈이 점점 흐려와 이제는 어슴프레하게 빛만 감지되는 신현성(48·시각장애 1급·오른쪽)씨는 시각장애인이 된 지 14년만에 달리기에 도전했다. 45살. 중년에 접어든데다, 평발이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고 달리던 신씨는 도전 1년만에 전국장애인체전 10㎞코스, 1500m 두 개 부문에 도전해서 동메달을 땄다. 2007년에는 처음으로 인생에 비유되는 42.195㎞를 달려냈다. 빛을 잃고 성격도 의기소침해졌지만 달린 뒤부터 용기를 얻었다. “달릴 때마다 뺨에 바람이 스칩니다. 전에는 몰랐던 일이예요. 빛을 잃은 대신, 바람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김용기씨와 신현성씨 등 5명의 장애인이 이제는 미국의 대도시를 뛰려 한다. 다음달 1일에 열리는 제 40회 뉴욕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뉴욕 시민마라톤대회는 매년 3만5000명이 참가하고 우승자에게는 13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민마라톤 대회이다. 2006년부터는 각종 자선단체들이 참여해 지난해까지 5000만 달러의 기부가 이어졌다. 23살 때 교통사고로 전신의 55%에 화상을 입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현재 뉴욕 콜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지선(31·왼쪽)씨도 이 대회에 참가한다. 이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 이씨는 “뉴욕에 이사온 뒤로 항상 센트럴 파크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유튜브를 통해 뉴욕마라톤대회 영상도 봤다”며 “나 자신을 위해서도, 또 우리가 달려서 모은 기금으로 세월질 재활병원을 기다릴 다른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꼭 완주하고 싶다”고 다짐을 밝혔다. 5명의 장애인들이 뉴욕 마라톤대회에서 모은 금액은 모두 푸르메재단 재활병원을 짓는데 사용된다. 현재 전국 재활병원 병상 수는 4천병상에 지나지 않아 장애 입은 환자는 재활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러 달을 기다려야 한다. 재활치료 필요한 환자 가운데 2%만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 푸르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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