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록 현황·장애인 빈곤층 현황
“내년 도입, 기대 컸는데” 경증장애인 배제
중증장애인도 기초생활수급 줄어 ‘제자리’
중증장애인도 기초생활수급 줄어 ‘제자리’
“장애연금이 도입된다지만 경증 장애인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니 답답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시각장애 6급인 손아무개(48·서울 강동구)씨는 내년부터 도입될 장애연금 대상자에서 경증 장애인이 빠진다는 소식에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손씨는 “마트 계산원·청소·우유배달 등 일자리를 찾으려고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며 “눈이 좀 불편하다는 얘기를 하면 도저히 취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 7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소득을 일부 보장해 주겠다며 지난달 22일 ‘중증 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정작 수혜자인 장애인들은 제도가 미흡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증 장애인(3~6급)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데다 연금 액수도 적기 때문이다.
시각장애 3급인 김아무개(29)씨는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혼자 남겨졌을 때는 취업도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장애연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푸념했다. 실제 지난해 장애인 실태 조사를 보면, 경증 장애인의 실업률은 7.7%로 일반 국민(3.3%)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또 장애연금을 받게 될 17만3000명의 기초생활수급 중증 장애인들은 “연금이 도입돼도 소득이 제자리걸음일 가능성이 크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장애 1급(뇌병변)인 배아무개(43)씨는 장애 2급(뇌막염)인 아내와 같이 살고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데다 걸을 수 없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배씨 부부는 기초생활 수급자다. 한 달에 구청에서 받는 생계비는 67만원(2인 가족)이고, 장애수당을 각각 16만원씩 받아 월 소득이 99만원이다. 내년에 도입될 장애연금은 기본급여(2010년 9만1000원)와 부가급여(시행령에서 결정)로 이뤄지는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기본급여가 소득으로 잡혀 구청에서 받는 생계비가 삭감된다. 배씨 부부의 경우 기본급여 18만2000원을 받으면 구청에서 나오는 생계비가 48만80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장애연금법상 연금을 받으면 장애수당도 받을 수 없다. 부가급여가 장애수당으로 받던 1명당 16만원 이상이 돼야 그나마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다. 배씨는 “부가급여가 수당보다 적을까봐 조마조마하다”며 “더 나아질 것도 없는데, 차라리 연금이 도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팀장은 “정부는 장애인에게 큰 혜택을 주는 듯 말하지만 실제로는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수혜 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하되, 소득에 따라 연금을 차등 지급하고 연금 액수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가 장애연금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서울 은평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 예정이던 공청회는 장애인 60여명이 “정부안을 반대한다”며 단상을 점거해 무산됐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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