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대중교통 탑승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최병분씨가 더위에 지친 안내견 코코(리브라도레트리버종)에게 “뜨거우니까 엄마가 그림자 만들어 줄게”라며 말을 건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대중교통을 타다
“창조야. 버스 문 찾아 올라가. 옳지, 옳지.”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안내견 대중교통 탑승 행사’에서 안내견 창조(6)의 도움을 받아 저상버스에 오르는 시각장애인 김예지(25·서울 용산구 청파동)씨의 표정은 상기됐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여러분의 탑승을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이 붙은 버스에 오르며 김씨는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고 웃었다.
안내견 ‘창조’는 버스에 올라가 김씨를 빈 자리로 안내한 뒤 김씨 발 밑에 얌전히 누워 내릴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잘 했어. 창조야.”
창조는 5년째 김씨의 ‘눈’을 대신해 길 안내를 돕고 있는 김씨의 ‘가족’이다. 하지만 창조가 아무리 열심히 김씨를 안내해도 버스나 택시를 타고 먼 곳을 이동하려면 김씨는 늘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맞닥뜨린다. “‘큰 개는 못 타요. 얼른 내려요’라고 말하는 운전기사나 ‘기사 양반, 털 날리는 저 큰 짐승을 왜 버스에 태워요?’라고 화를 내는 나이든 분들을 볼 때마다 마다 창조에게 너무 미안해요.” 김씨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안내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덩치가 커다란 개’일 뿐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김하숙(27·경북 경산시 진량읍)씨는 “안내견 오션(3)이와 함께 택시 한 번 잡으려면 차라리 걷는 게 빠를 정도”라며 “버스는 손님들이 ‘안내견’이라며 태워주라고 하기도 하지만 택시는 정말 타기가 힘든다”고 하소연했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안내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지만 대중교통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불만이다.
안내견은 1994년부터 일반에 분양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64마리가 활동 중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36조 3항에는 ‘장애인 보조견 표시를 단 보조견과 함께 한 장애인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홀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날 행사에는 두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 100여명과 안내견 20여 마리가 참여했다. 버스와 택시를 타고 시청~광화문을 한 바퀴 도는 홍보 활동을 벌인 뒤 주인을 안전하게 버스에서 내리게 도와주는 것으로 안내견들의 이날 임무는 끝났다. “이 아이들은 한낱 짐승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하듯 대해 주세요.” 행사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이 날 행사에는 두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 100여명과 안내견 20여 마리가 참여했다. 버스와 택시를 타고 시청~광화문을 한 바퀴 도는 홍보 활동을 벌인 뒤 주인을 안전하게 버스에서 내리게 도와주는 것으로 안내견들의 이날 임무는 끝났다. “이 아이들은 한낱 짐승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하듯 대해 주세요.” 행사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