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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성남 ‘솔잎원’ 장애인 학대 부모들 까맣게 몰랐다

등록 2005-05-22 18:46

 16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경기 성남시 단대동 한 건물 옥탑방 창살 밖에서 안에 갇혀 있는 장애 어린이들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16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경기 성남시 단대동 한 건물 옥탑방 창살 밖에서 안에 갇혀 있는 장애 어린이들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매달 60만∼100만원씩 냈지만
만나려 하면 “야외학습 간다” 속여
부득이 만날땐 바깥으로 옮겨 면회

속보=경기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한 건물의 옥탑방에서 장애인들을 감금·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솔잎원’ 최아무개(50) 원장(<한겨레> 18일치 15면)이 감금한 사실 등을 숨기기 위해 장애인들과 부모들이 자주 만나지 못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원장은 부모들과 장애인들을 최소 6개월 이상 동안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부모들은 말했다. 이는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48평짜리 아파트에서 자격증이 있는 특수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다, 지난해 초 단대동에 있는 옥탑방으로 아이들을 옮긴 뒤부터였다. 부모들이 아파트로 찾아가 자녀를 만나겠다고 하면, “야외 자연학습을 간다” “장애인 행사에 참석한다” 등의 이유를 대며 면회를 시켜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렵게 면회를 할 때는 원장이 아이들을 야탑동에 있는 아파트나 바깥 식당으로 데려와 만났다. 부모들은 “인권단체와 시청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아이가 옥탑방에서 그렇게 지낸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며 “아이가 ‘빼빼로’(빨랫방망이)로 맞았다며 몸 구석구석을 가리킬 때는 원장에게 속은 게 억울하고 아이에게 미안해서 쳐다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폐증이 있는 13살 민혁(가명)이 어머니 이아무개(36)씨는 16일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뒤 민혁이가 밥만 보면 허겁지겁 달려들어 입 안으로 쑤셔넣듯 먹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씨는 유기농 재료로만 음식을 해 먹인다는 최씨의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매달 100만원씩을 교육비로 최씨에게 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하루에 한 끼는 큰 그릇에 국물이랑 말아서 먹고, 한 끼는 빵을 먹었다”고 했다.

최 원장은 또 장애인들을 모집하기 위해 부모들에게 미국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미국의 우수한 특수학교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교육시킨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고 특수교사 자격증조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 원장은 이와 함께 부모들로부터 한 달에 60만~100만원씩을 받았지만, 때때로 운영비가 부족하다며 부모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게 부모들의 주장이다. 부모들이 옷이나 먹거리를 사가지고 가겠다고 연락을 하면, “장애인에게 맞는 먹거리와 옷을 직접 골라야 한다”며 돈으로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식 맡긴 죄’로 원장의 말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또 경기도 양평군에 2만2천평짜리 땅을 사 복지시설을 짓는다며 일부 부모들에게 1억원씩을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형편이 어려워 교육비가 밀린 부모에게는 시가 3천만원짜리 땅을 넘겨달라고도 했다. 최씨에게 자녀를 맡겼던 장애인 부모 4~5명은 현재 최 원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비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보다 몇 배는 열심히 살아왔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맞벌이를 하다 보니 항상 곁에 두지 못해 아이를 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형식적인 대책을 세우지 말고, 장애인 가족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달라.” 최 원장에게 딸(14)을 맡겼던 김아무개(43)씨의 말이다.

경기 성남경찰서는 20일 감금·폭행·사회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최 원장을 구속했다. 최 원장은 경찰에서 “부모들과 자주 접촉하면 아이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활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아이들을 자주 면회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단대동 집으로 옮길 때 부모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외출할 때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잠글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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