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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블로그] 후원 모집이 제일 어려운 ’아저씨 장애인’

등록 2009-04-17 17:40

결연후원 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후원을 받는 것에도 차별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후원에 동참시키려면 먼저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후원 대상자가 누구인지 어떤 모습을 하고있는지에 따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와 모집 결과가 혁혁히 다르다는 말이죠.

지난 2년간 꾸준히 모집을 하다보니, 가령 똑같은 난치병을 앓고있고 집안형편이 어렵더라도 어른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어린이보다는 유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며, 독거노인의 경우는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에 대한 동정심이 훨씬 많습니다.

다른 관계사 보다 급여가 많거나 PI를 많이 받지 못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소박하고 정많은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런 직원들 덕분에 대상자 1인당 한달에 7만원씩 보내주는 후원자를 모집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진행이 되는 편인데요. 그런 중에도 모집이 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중 가장 큰 경우가 바로 '아저씨' 장애인 입니다.

지난주에는 수원 장안구 인근에 살고있는 뇌병변 장애2급 독거장애인분들 세 분을 만나고 왔습니다. 40-50대의 아저씨들이고, 선천적인 장애가 아니라 2-3년전 뇌경색 그러니까 소외 중풍으로 쓰러진 후 후유증으로 편마비(한쪽만 마비가 오는 증상)가 와 거동이 어려운 분들로, 모두 단칸방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있는 독거 장애인이었습니다.

모집 대상자 추천을 받아 만나러 가보면, 사실 이런 분들도 아이들이나 할머니들에 비해 조금도 상황이 나을 것이 없습니다. 되려 더 안좋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이 있거나 시설 보호자가 있고, 비교적 후원의 혜택도 상대적으로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할머니들의 경우는 그래도 몸을 좀 움직이시는 분들은 근처에 마실을 다니기도 하고, 간단한 끼니 정도는 직접 챙겨드실 수 있구요.

그런데 혼자 사는 아저씨 장애인들의 경우 정부보조금 외의 후원금을 따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혼자 밥을 챙겨먹는 것도 몸이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더 애를 먹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다가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당한 경우 생활의 실질적 불편함이나 심리적으로 느끼는 참담함은 훨씬 큽니다. 그리고 대게 이렇게 독거장애인이 된 경우는 쓰러지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이 기울고,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데다가 장애와 우울증까지 생겨 예민한 상태가 반복되면서 종래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도 한때는 병이 나도록 워커홀릭으로 쓰러졌는데, 쓰러진 후 모든 것을 다 잃었으니 자존심과 마음의 상처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일겁니다.

이번에 만난 분들도 40만원의 정부보조금으로 한달을 근근히 살아가는 분들이었습니다. 단칸방에 세를 살고 있었고,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어 점심을 못먹는 분들인데..그러잖아도 동정받기 쉬운 대상자가 아닌데다가 한사코 본인들의 사진을 찍기 싫어하셔서 방모습만 찍어와서 게시물을 올렸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않은 중입니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면 먹고살기 바쁜 세상을 숨가쁘게 살아가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게 뭘까, 놓치고 있는건 뭘까, 가족이란 뭘까 같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요.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늙고, 장애는 병으로 인한 것이든 늙어서이든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얼마전까지 어딘가에서 비슷하게 생활하고 일했던 사람들이 아프고 버려지는 모습을 보거나 동정받기 어려운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마음이 아픕니다.

월요일엔 법원에 가느라 휴가를 냈는데 부디 화요일에 출근했을 때까지만이라도 세 분에 대한 월 5만원씩의 점심값지원이 마감되어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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